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머체왓숲길에서 ‘카름스테이’에 참여한 관광객들이 트레킹 도중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 농촌愛올래 - 2023년 농촌관광 사업
(11) 제주 ‘카름스테이’ 기획전

작은 마을 뜻하는 방언 ‘카름’
한남마을엔 ‘머체왓숲 트레킹’
스마트폰 안 터지는 야생의 길
해먹 명상에 습식 족욕 힐링도

동백마을 ‘기름짜기 체험’ 인기
300 ~ 400년된 동백나무 활용
꽃차 마시고 화장품·비누 제조
명상카페선 싱잉볼 연주 감상

제주=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대한민국 관광 1번지’ 제주도가 아름다운 마을에서 지내며 제주의 매력과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여행프로그램인 ‘카름스테이’를 통해 전국 각지에 있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에 자리한 ‘동백마을’과 주민들은 동백나무숲과 함께 3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왔다. 조선 숙종 32년(1706년)에 광산김씨 일가가 신흥2리에 터를 잡았고, 당시 방풍림 용도로 심은 동백나무가 삼림을 이루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동백마을 내 현무암 돌담길을 걷다 보면 마을 곳곳에 뿌리내린 300∼400년 된 동백나무가 주민들의 삶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난 18일 ‘동백마을 방문자센터’에서는 마을의 자랑인 동백을 활용한 다채로운 관광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최혜연(여·52) 사단법인 동백고장보전연구회 사무국장의 설명에 따라 관광객들은 동백으로 만든 ‘꽃차’를 마시며 동백마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최 사무국장은 “동백 씨앗을 짜서 만든 기름은 풍미가 높아 밥에 비벼 먹거나 음식의 소스로 사용할 수 있고, 원액은 차나 술에 타 먹을 수 있다”면서 “가공방식에 따라 화장품과 비누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동백은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동백마을은 지난 2010년부터 아모레퍼시픽과 협약을 맺고 ‘아리따운 구매협약 1호 마을’로 선정돼 동백나무의 열매·꽃·잎 등을 납품하며 명성을 높였다.

이어 최 사무국장은 관광객들을 동백마을의 또 다른 명소인 명상카페 ‘레스빠스’(Lespace)로 안내했다. 레스빠스는 군수물자를 보관하던 목조 창고를 개조한 카페로, 이곳에선 사운드테라피스트인 김강륜(여·44) 씨의 ‘싱잉볼’ 연주를 들으며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는 듯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싱잉볼은 백수정으로 만든 그릇으로, 쇠와 고무 등으로 만든 스틱으로 때리거나 그릇 주변을 마찰해주면 진동이 생성된다. 싱잉볼은 엄청난 양의 진동을 뿜어내기에 스피커 없이도 풍부한 울림을 자아내고, 듣는 사람의 뇌파를 떨어뜨려 몸을 이완시키는 장점이 있다.

동백마을을 비롯한 제주도 내 한남·의귀·하효마을에서는 다음 달 31일까지 ‘카름스테이’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카름’은 작은 마을이나 동네를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제주관광공사는 온라인여행사(OTA)인 ‘이더라운드’와 손잡고 혼잡한 성수기를 피해 여유로운 바캉스를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을 겨냥해 ‘마을로 떠나는 힐링 여행’을 콘셉트로 카름스테이를 기획했다. 이번 카름스테이 기획전은 △동백마을·이웃들과 즐겨 먹던 마을밥상 식객 여행 △한남마을·문닫은 머체왓숲길 1박 백패킹 여행 △하효마을·어르신과 함께하는 제주어 나들이 △의귀마을·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말 테라피 여행 등 제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과 체험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지난 18일 막을 올린 동백마을 기획전의 하이라이트는 동백마을방앗간에서 오윤탁(70) 동백고장보전연구회 경제총괄이사 등 마을 주민들이 직접 선보인 동백기름 짜기였다. 마을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동백마을방앗간에서는 얼룩이 없고 알맹이가 묵직한 동백 씨앗을 엄선해 세척기로 씻은 다음 3일간 고온에서 바싹 말린다. 건조된 동백 씨앗을 볶는 ‘로스팅’ 과정을 거친 뒤 착유기에 넣고, 기름을 짜면 수십 평 남짓한 방앗간에 고소한 팝콘 같은 냄새가 가득 퍼지며 동백기름이 탄생하게 된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동백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동백기름에다 마을 주민들이 갓 잡은 참돔을 함께 먹는 ‘오마카세 한상차림’ 등의 식사를 맛볼 수 있다. 이날 기획전에 참가한 박병하·유희진(35) 부부는 “참기름보다 훨씬 고소한 동백기름에다 전복죽을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고, 정감이 가는 동백마을에서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씨 부부를 포함한 관광객들은 동백기름 짜기 체험에 앞서 레스빠스에서 명상의 시간을 가진 뒤 동백마을방앗간에서 최 사무국장이 직접 만든 전복죽에다 동백기름을 넉넉히 둘러 먹었다. 이후 동백 씨앗을 주우며 돌담길 산책을 하는 동안 동백마을의 이모저모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같은 날 머체왓숲길로 유명한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한남마을에서는 백패킹을 마친 관광객들이 캠핑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제주 방언인 ‘머체’는 돌이 많거나 무더기로 있는 곳을 지칭하며, ‘왓’은 밭을 의미한다. 한남마을 기획전은 이름처럼 돌무더기가 많은 머체왓숲길에서 관광객들은 울퉁불퉁한 흙길과 커다란 바위를 오르내린 다음 한라산이 보이는 언덕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해 1박을 묵는 여정(사진)이다. 아웃도어 여행 전문가인 김명수(여·40) 트래블마스터즈 대표가 동행하는 덕분에 초보자들도 손쉽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당일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식사는 머체왓숲길 관계자들이 직접 만든 고사리와 고기가 들어간 김밥과 감귤 찹쌀떡, 단호박 샐러드 등이 ‘차롱’에 담긴 도시락이 제공된다. 다음 날 아침에는 해먹 명상과 습식 족욕을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날 한남마을 기획전에 참여한 이은희(여·37) 씨는 “머체왓숲길은 올레길과 다르게 잘 닦이지 않은 길이라서 스마트폰 통신이 끊어질 만큼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이번 기획전은 팸투어로 진행되기에 낯선 이들과 서로 도와 트레킹을 하는 덕분에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우만기(29) 씨는 “3시간 반 정도 암벽과 계곡 트레킹을 하면서 초원을 비롯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70개 마을마다 나름의 매력… ‘제주의 삶’에 스며드는 여행 프로그램 만들것”

■ 강민이 ‘카름스테이’ 매니저

제주관광공사 관광진흥본부 지역관광그룹의 강민이(여·26·사진) 매니저는 제주도 내 동백·한남·의귀·하효마을 4곳에서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되는 ‘카름스테이’ 기획전을 총괄하고 있다.

제주도 토박이인 강 매니저는 중국의 한 대학에서 중국어와 관광학을 전공했고, 지난해 초 제주관광공사에 입사했다. 강 매니저는 입사 후 처음으로 카름스테이 업무를 받았고, 이후 제주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고 현장을 점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강 매니저는 지난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는 워낙 유명한 관광명소여서 관광객들이 매번 같은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유사한 여행패턴을 갖는 특징이 있다”면서 “제주도를 자주 찾는 여행객들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자연과 문화 등 제주도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 관광은 서울 면적의 3배 크기인 제주도를 ‘렌터카’로 동서남북을 누비는 패턴이 일반적이다. 카름스테이는 분주하게 드넓은 제주도를 돌아다니기보다는 여유로움을 갖고, 제주의 자연·방언·식문화 등 마을 주민들의 삶과 생활을 직접 경험하는 관광객들이 제주에 스며들도록 프로그램이 짜였다.

강 매니저는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관광자원인 제주도는 170여 개의 마을이 저마다의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이 매력을 알기 위해 마을에 오래 머무는 관광객들은 많지 않다”면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마을의 매력을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여행 프로그램인 카름스테이를 론칭해 마을의 많은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고,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관광공사와 이더라운드가 기획한 카름스테이는 여행관광업계 안팎에서 제주도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카름스테이 마을 체류 인구는 32만 명을 넘어섰다. 강 매니저는 “카름스테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보고 싶다”면서 “내가 하는 모든 업무가 우리 제주도 내 마을과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