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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회담, 한국의 실존적 위협 심화… 우크라·한반도 ‘안보 연계’ 보여줘

  • 입력 2023-09-19 09:18
  • 수정 2023-09-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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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곤의 Deep Read - 북러 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

북·러 밀착,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국제규범 훼손… 핵 비확산 체계도 심각하게 손상
북·중·러 구도는 편의에 의한 결합… 對러시아·중국·나토 다차원적 외교 공간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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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북·러 정상회담과 연이은 김정은의 연해주 순방은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북한이 부과하는 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위협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미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를 우려하는 유럽, 미국과 전략 경쟁을 위해 북·중·러 협력을 이끄는 중국 등 서로 다른 이유와 시각에서 북·러 정상의 만남을 주목했다. 북·러 간 밀착은 단순한 양자 협력이 아니라 국제정치에 다차원적 파장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위협받는 국제질서

북·러 정상 회동은 세계적 차원에서 기존 국제질서 중 두 가지 핵심 원칙에 도전한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주권 존중과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라는 핵심 국제규범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특히 유엔이 러시아를 포함한 5개국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제도를 설립하면서 강대국에 의한 전쟁을 막고자 했던 시도를 무력화한다.

이번 북·러 회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북한이 지원함으로써 불법적 제국주의 전쟁에 동조해 국제사회 규범을 흔들었다. 이미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로켓 포탄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러시아는 개전 초기 10만 발, 현재는 하루 평균 5만∼7만 발의 포탄과 탄약을 소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말부터 2단계 공세 작전을 시작한 우크라이나를 막기 위해 더 많은 탄약이 필요하자 결국 북한에 손을 벌렸다. 북한이 제공하는 포탄과 탄약이 우크라이나 전장을 획기적으로 바꾸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전쟁 지속력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북이 러시아의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에 힘을 싣는 셈이다.

또 다른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은 핵확산이다. 핵확산은 핵물질, 기술, 핵무기에 대한 이전 외에도 핵 투발 수단도 포함한다. 유엔은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번 정상회담과 김정은의 행보는 사실상 러시아가 북한 핵 개발을 지지한다는 것을 충분히 표출했다. 김정은이 방문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등에서 보이는 무기체계 중 상당 부분은 북핵과 연계돼 있다. 1968년 핵 비확산체제 출범으로 핵확산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미 상징적 측면에서 비확산 체계를 심각하게 손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동북아 역학관계

동북아 차원에서 북·러 협력은 복잡한 역동을 확인케 한다. 신냉전 체제의 두 축 중 하나인 북·중·러 구도가 결코 견고하지 않음이 표출된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非)당사자’ 태도를 유지 중이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유럽 국가와 관계를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데, 북·러가 유럽에 실존적 위험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협력하는 모습이 불편하다.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과는 달리 1945년 이래 구축된 국제질서 자체를 완전히 부인하기보다는 그 틀 안에서 미국을 추월한 최강대국이 되기를 원한다. 전체 협력 틀이 이번 북·러 회동으로 와해하지는 않겠지만, 근본 이해와 세계관 차원에서 북·중·러 협력이 피상적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북·중·러는 이념적 정합성 없이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는 일시적 ‘편의에 의한 결합’임이 확인된다.

북·중·러 3각 관계에서 북한이 그간 시도했던 ‘시계추 외교’ 현상도 일부 드러난다. 최근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를 차별화하는 모습을 연출했었다. 푸틴의 친서는 격식을 갖춰 집무실에서 받았지만, 시진핑(習近平)의 친서는 복도에서 받았다. 중국이 보낸 류궈중(劉國中) 국무원 부총리의 급은 5년 전 같은 행사에 온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그것과 대비된다.

은폐에 능한 권위주의 체제 특성상 현 북·중 관계의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역사적 전례에 비춰 볼 때 북한의 러시아 중시는 이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다. 북·러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김정은이 “조·로(북·러) 관계를 우리 대외정책에서 제1순위로 최(最)중대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심상치 않다.

◇한반도 특수성

마지막으로 한반도 차원에서 볼 때 이른바 ‘한반도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한반도는 강대국 간 세력 대결의 ‘단층선’을 이루는 지정학적 격충지로서 세계적 차원과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다. 아무리 “남의 나라 전쟁”으로 부인한다 해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처럼 전쟁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 역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특수’를 맞은 김정은은 지각 대장 푸틴이 30분 먼저 나와 기다리는 상황을 즐겼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대가로 한국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강화하는 무기체계를 획득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첨단기술과 무기는 아니라도 미그 29기 수령 가능성은 열려 있다. 30년이 넘은 전투기이고 러시아에서는 도태 대상이지만, 공군력이 열악한 북한은 필요하다.

핵 탑재가 가능한 첨단 지대지 미사일로 한국의 공군 활주로를 무력화하는 작전계획을 선보인 북한이 무인기와 함께 공군 전력 현대화를 추진하는 양상이 포착된다. 북·러의 밀착 속에서 한반도는 결코 우크라이나와 분리된 지역이 아닌 ‘연계공간’이 되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고도 주목된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정했음에도 북·러 정상회담 기간 중인 지난 1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무기와 군사 장비를 공급하기로 무모한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 관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한국을 겨냥해 경고했었다. 북·러 간 거래로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드러난다. 한반도와 우크라이나가 연계된 또 다른 증거이다.

◇대외정책의 방향

한국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근거해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주권 존중, 힘을 통한 현상 변경 반대, 핵 비확산 등을 포함한 원칙을 준수하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북·중·러 협력의 특성을 인지하고 외교적 공간을 여는 노력도 배가해야 한다. 북·러 밀착에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과도 더욱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외교적 노력을 통해 군사기술과 무기 이전을 막아야 한다. 더불어 실제 위협에 대비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도 안보 협력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북·러 협력, 그들이 대상으로 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세줄 요약

위협받는 국제질서 : 김정은·푸틴의 밀착은 국제질서, 동북아 역학관계, 한반도 특수성 등 국제정치에 다차원적 파장 일으켜. 무엇보다 ‘주권 존중’과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라는 국제규범을 심각하게 훼손.

한반도 특수성 : 북·러 밀착으로 김정은의 ‘시계추 외교’와 함께 북·중·러 3각 구도가 ‘편의에 의한 결합’이라는 점 확인돼. 한반도 차원에서 북·러 협력은 한반도가 우크라이나와 ‘연계공간’이 된다는 것 말해줘.

대외정책의 방향 : 한국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근거해 북·러 밀착 문제 접근해야. 북·중·러 협력의 특성을 인지하고 외교적 공간을 여는 노력도 배가할 필요성. 러시아·중국·나토 등과 다각적으로 협력 확장해야.

■ 용어설명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국제규범이자 역대 정부의 외교 원칙.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때도 국제적 갈등·분쟁에 대해 이를 공식 입장으로 천명.

‘시계추 외교’는 북한이 강대국 사이에서 최대 이익을 확보하려는 대외전략. 김정은이 현재 중·러 사이를 오가는 외교 행태가 과거 김일성이 중·소 간을 오간 것을 따라 하는 것이라는 지적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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