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월만에 ‘12시간’ 접촉

양국 ‘외교·안보 책사’ 만남에
11월 정상회담 성사 여부 촉각
백악관 “향후 고위급 접촉 추진”
중국 외교부 “솔직·건설적인 소통”

왕이, 유엔총회 참석 대신 러시아로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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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장기화 고비를 맞은 가운데 제이크 설리번(왼쪽 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오른쪽 사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4개월 만에 제3국 몰타에서 전격 회동했다. 양국 정상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인 두 사람은 향후 추가 고위급 접촉 추진에 합의해 오는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미·중 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17일 보도설명 자료를 통해 “설리번 보좌관이 16∼17일 몰타에서 왕 부장을 만났다”며 “이번 만남은 열린 소통라인을 유지하고 책임감 있게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틀에 걸쳐 약 12시간 진행된 두 사람의 회동은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이후 4개월만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및 투자 규제, 중국의 아이폰 규제·록히드마틴 제재 등 통상 부문을 중심으로 양국 갈등이 재격화하는 시점에 단행됐다. 백악관은 두 사람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며 “미·중 관계 주요 현안, 글로벌·역내 안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양안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중요성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중·미 관계 안정과 개선에 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며 양측이 대만 문제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정세와 우크라이나·한반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백악관은 “양측은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달간 미·중 간 주요 분야에서 추가 고위급 접촉·협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유엔총회 불참으로 무산된 두 정상의 만남이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미·중 군 당국 간 핫라인 복원 논의는 이번 만남에서도 별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유엔총회 참석 대신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양국 정상회담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0년 20명에 가까운 중국 내 정보원이 방첩 작전에 걸려 제거되면서 무너졌던 미 중앙정보국(CIA)의 인적 정보 네트워크 복원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의 권위적 통치 행태에 불만을 품은 정·재계 인사들이 증가하면서 CIA의 포섭·정보수집 활동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