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징계사유였던 ‘판사 세평 수집’ 부적절…법관은 정치적으로 치우치면 안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일부 현안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특히 답변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해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했다.

18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939쪽 분량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

그는 우선 “재판 결과가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특정 정치세력 등이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거나 판결 취지를 왜곡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특정 정치적 입장에 의해 사법의 독립이 침해되거나 법관들이 이를 우려해 자기 소신을 그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관들 역시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되고 그렇게 보여서도 안 될 것”이라며 “사법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법관의 중대 비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추궁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홍범도 장군의 과거 행적에 대해 “1920년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나 국제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경향이 있었던 당시의 실정을 고려할 때 이를 가지고 홍범도 장군이 세운 공적을 폄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한국전쟁에서 국가에 기여한 큰 업적만은 정치적 진영 논리를 떠나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는 “방류로 인해 우리 국민이 불안함을 느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공감이 가는 면이 없지 않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 사유 중 하나였던 ‘판사 세평 수집’에 대해서는 “수집 목적과 경위를 떠나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 후보자는 “정치적으로 보수나 진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원칙주의자”라고 밝혔다. 사형제·생활동반자법·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에 관해서는 “국회에서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야권에서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을 묻는 질의엔 “단순히 아는 관계에 불과하고 최근 통화하거나 교류한 적이 없다”며 “친분을 이유로 지명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전혀 동의할 수 없으며 그 정도의 친분 관계에 있지도 않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9∼20일에 열린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