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 하안송 기자

■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 ‘헬스케어 발전방향’ 논의 가속화

구글이 선보인 AI ‘메드 팜2’
상태 입력하면 병명·소견 내놔

의료영역에 빅테크 기술 적용
딥페이크 등 부작용 가능성도

식약처, 인프라구축 부서 신설
FDA와 국제공통 규제 워크숍

지난 3월 구글에서 헬스케어 분야를 겨냥해 선보인 인공지능(AI) 모델인 메드 팜2(Med-PaLM 2)는 미국 의사면허시험에서 전문가 수준까지 달성했고, 1066개의 의료 질문에 대해 인간보다 선호되는 답변을 생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 전문 임상의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챗봇에 입력하면 입력된 문장을 분석한 후 병명을 진단해 의학적 소견을 내놓는 등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정부 규제 틀에 앞서 발전하는데,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규제의 벽이 높다. 세계 각국은 안전을 지키면서 기존의 규제로 인해 신산업의 발전이 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의학 분야에서의 AI 발달 = 지난해 10월 챗GPT로 표현되는 생성형 AI 기술이 출시된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법조·회계·의학 분야 등 전문직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AI의 역할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의식해 주요 선진국들은 의사시험·변호사시험 등 전문화된 영역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생성형 AI는 대규모의 데이터셋을 통해 학습되기 때문에 초거대 AI라고도 불리며, 구글·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지원), 메타(옛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을 통해서 개발되고 있다. 이들은 빅테크 기업들로 기존 의약품 기업과는 발전의 궤를 달리했다. 하지만 헬스케어 분야에서 빅테크 기술의 적용 가능성이 높아지며 새롭게 진출하는 것으로, 한국 또한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로버트 칼리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지난 5월 미국 국립보건위원회의 과학 심포지엄에서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으로 접어들면서 풍부하고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 소스를 무제한의 저장 용량으로, 실시간으로 대규모로 사용할 수 있다”며 “이러한 데이터가 임상 치료 시스템의 일부로 널리 활용되는 등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들이 의학 분야에 진출하는 추세이지만 한계점도 지적된다. AI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데, 알고리즘이 장기적으로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인간의 생명과 관련해선 수명 주기 동안 계속해서 내용을 조정해야 한다. 칼리프 국장은 “LLM을 정확하게 사용하고 조절하지 않으면 우리가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에 빠르게 휩쓸리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우리를 연결해 주지만 LLM과 같은 기술은 거의 모든 사람이 거짓 정보 또는 소위 딥페이크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고 경고했다.

◇헬스케어 AI에 대한 규제·발전 방향 모색 시작 =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세계 각국은 헬스케어 분야 AI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초거대 기업이 앞다투어 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발전 방향과 함께 규제를 동시에 모색하는 것이다. 미국의 FDA를 비롯해 영국 의약품의료기구청(MHRA)과 식품의약품안전청(TGA)도 올해 생성형 AI가 포함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를 공지했다. TGA는 “임상 및 기술적 증거는 다른 의료기기와 동일한 기준에 따라 LLM을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을 입증해야 하며 고위험 제품의 경우 임상 및 기술적 증거가 더 엄격하게 요구된다”고 밝혔다. MHRA는 “LLM 기반 의료기기가 의료기기 요건을 준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이러한 요건은 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하는 데 필요하므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LLM 기반 의료기기의 발전이 빨라지면서 호주와 영국 모두 사전에 규제를 강조한 것이다.

한국 또한 규제와 함께 헬스케어 분야의 AI 발달을 꾀하고 있다. 식약처는 디지털헬스에 적합한 규제 체계를 선제적으로 확립하고 인프라 구축 등 신속한 제품화 지원을 위해 지난해 2월 ‘디지털헬스 규제지원과’를 신설했다. 디지털헬스 규제지원과는 급속히 발전하는 AI 의료기기에 대응하려는 목적이 크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해당 분야의 발전을 선도하는 것처럼 네이버·LG U+·카카오헬스케어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이 디지털헬스 분야 리더로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규제가 국제공통화할 수 있도록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과 AI 의료기기 실무그룹 활동, 식약처-미국 FDA AI 의료제품 공동 워크숍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제대로 설계된 규제가 기업들의 기술개발 촉진 및 경쟁력을 강화해 혁신에 기여한다는 ‘포터 가설’이 있다”며 “급속히 발전하는 AI 의료기기 기술이 식약처 규제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고, 안전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