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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 AMD 리사 수 CEO

게임·데이터센터 시장에 집중
‘가성비 좋은 CPU 전략’ 성공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주목하는 경쟁사 중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기업은 AMD다. 황 CEO의 첫 직장이기도 한 AMD는 공교롭게도 그와 먼 친척 관계인 리사 수(사진) CEO가 이끌고 있다. 수 CEO는 현재 엔비디아의 슈퍼칩 광폭 질주에 전면 도전장을 내밀며 바짝 추격 속도를 올린 상태다. 여성 불모지로 꼽혔던 반도체 업계에 혜성같이 등장해 여성이란 성별 대신 성과로 주목받고 있는 수 CEO는 침몰하던 AMD에 ‘가성비 좋은 CPU’라는 이미지 전략을 불어넣어 업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9년 대만 타이난(台南)시에서 태어난 수 CEO는 두 살 무렵 미국으로 이민 온 뒤 미국식 교육을 받아 왔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 관심이 많았는데, 통계학자인 아버지에게서 수학을, 회계사인 어머니로부터 사업에 필요한 경영 감각을 익히며 자랐다고 한다. 그는 중학교 시절 부모님께 애플 컴퓨터를 선물 받으며 엔지니어의 꿈을 꾸게 된다. 이후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반도체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재학 중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웨이퍼 기판 관련 연구에 참여했고, 석·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졸업 후에는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IBM 연구 개발 부서에서 경력을 쌓아 나갔다. 반도체라 하면 아직까지 남성을 떠올리던 2002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35세 미만 최우수 혁신가’로 선정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AMD로 자리를 옮긴 건 회사가 한창 침몰하고 있던 2012년이다. 당시 부사장으로 합류한 그는 AMD가 살아남기 위해선 데스크톱·노트북 시장보다는 게임과 데이터센터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텔과 당시 신흥 강자로 떠오르던 엔비디아가 PC 시장을 사실상 점유하고 있어 ‘레드오션’이라 봤기 때문이다. 그는 또 다른 승부수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가성비’ 전략을 띄우기도 했다. 실력은 있지만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눈에 각인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수 CEO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 웹 세미나에서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단하지만 10명, 100명, 1만 명의 똑똑한 이들이 하나의 비전 아래 모이면 정말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항상 직원들에게 “우리는 항상 현재보다 5%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을 즐겨 한다. 성과를 내라 종용하는 의미가 아닌, ‘스스로 개선점을 찾으라’는 의미다. 그는 “성공도 좋지만, 사람은 실수로부터 배울 때 가장 크게 성장한다”며 “직원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