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이 남자의 클래식 -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우여곡절 끝에 1841년 초연

“공연장이 천국門처럼 보였다”
獨대문호 하이네 관람후 격찬

‘참척지변(慘慽之變)’이라는 말이 있다. 비통함이 너무나도 처절하고 참담해 그 슬픔을 가늠키조차 어려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일컫는 말이다. 그 비통한 마음을 어떤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진 라틴어가 바로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이다. ‘어머니가 비통하게 서 계셨다’는 뜻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노래한 작품명이기도 하다. 여러 작곡가들은 이 사무치는 슬픔을 조금이나마 정화시키고자 음악으로 만들어냈는데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가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이다.

로시니(1792∼1868)는 당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였다. 그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내놓는 작품마다 모두 블록버스터급의 인기를 누렸는데, 심지어 ‘악성’ 베토벤(1770∼1827)조차도 자신의 초연 작품들은 로시니의 오페라에 관객이 몰릴 것을 염려해 일부러 다른 도시에서 발표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로시니는 성공 가도의 정점에서 오페라 ‘윌리엄 텔’을 발표하고 음악계에서 돌연 은퇴한다. 그의 나이 겨우 37세의 일이었다. 로시니는 신경통의 악화와 더 이상 자신의 오페라를 아름답게 불러낼 성악가가 없다는 것을 은퇴 이유로 들었지만, 미식가로 유명했던 로시니가 본격적으로 맛집 기행을 다니기 위해 은퇴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게 로시니는 오페라 ‘윌리엄 텔’을 끝으로 여생 동안 거의 작곡을 하지 않고 인생 후반 40년의 세월을 보냈다. 1831년 2월, 은퇴를 선언한 지 2년 후 로시니는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방문한다. 이유인즉 자신의 아내가 스페인의 한 귀족에게 거금의 돈을 빌려준 일이 있는데 그 귀족이 파산함에 따라 황급히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당대 최고의 인플루언서답게 스페인의 모든 관계자들이 로시니에게 도움을 줘 일은 순조롭게 해결됐다.

그중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마드리드의 대주교이자 왕실 의회의 의원이기도 했던 마누엘 페르난데스 바렐라(1772∼1834)였다. 로시니는 대작곡가답게 대주교에게 감사의 답례로 새로운 작품을 작곡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에 대주교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가톨릭의 전례독송인 ‘스타바트 마테르’에 곡을 붙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프랑스 파리로 귀국한 로시니는 곧장 작곡에 착수했으나 완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고질병이었던 요통이 도진 것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대주교에게 답례하고 싶었던 로시니는 친구 작곡가인 조반니 타돌리니(1789∼1872)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절반 정도는 작곡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도무지 혼자 작곡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부랴부랴 완성된 작품은 마드리드로 떠나는 프랑스 주재 대사에게 건네져 1833년 성금요일에 마드리드의 산 필리포 성당에서 초연됐다. 그렇게 약 10년이 지난 후 로시니는 자신을 대신해 친구 타돌리니가 채워 넣었던 ‘스타바트 마테르’의 일부분을 다시 직접 작곡했다. 그렇게 온전히 로시니의 작곡으로 완성된 작품은 1841년 파리의 이탈리아 극장에서 오페라 작곡가이기도 한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지휘 아래 초연됐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독일의 대문호 하이네(1797∼1856)가 공연을 관람한 후 “공연장이 천국으로 통하는 문처럼 보였다”고 격찬했을 정도로 천상의 선율을 연상케 하는 걸작이다. 우리말로는 ‘성모애가’라고도 불리는 작품으로 말 그대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 슬픔에 찬 성모의 마음을 네 명의 독창이 더해진 합창으로 노래한다. 작품은 슬픔만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페라의 대가인 로시니답게 오페라 아리아를 연상케 하는 선율의 아름다움과 로시니 특유의 색채미, 세속적인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