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거품 유명한 日 캔맥주 완판 28일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 냉장고에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 완판돼 해당 진열 칸만 비어있다.

■ 시민에 먹히지 않는 불매 선동

오픈런해도 못사는 아사히 맥주
유니클로 매장엔 쇼핑객이 가득

광우병 가짜뉴스에 속았던 국민
삶과 정치 분리하는 의식 돋보여

노재팬 커뮤니티 못 버티고 폐쇄

글·사진=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아사히 생맥주는 어지간해선 못 사요. 입고되자마자 쓸어담아 가려고 ‘오픈런’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28일 오후에 찾은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은 품절 상태였다. 생맥주의 거품을 캔 제품에서 구현했다고 광고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사히 생맥주캔은 연일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송파구와 종로구의 다른 편의점 5곳 어디에도 아사히 생맥주캔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지인 주려고 미리 빼놓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노재팬(NO JAPAN)’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지난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때와 같은 불매운동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산 맥주는 완판 열풍이 계속되고 있고, 4년 전 ‘노재팬 성지’로 여겨졌던 유니클로 매장들도 성업 중이다.

실제 이날 찾은 유니클로 현대백화점목동점과 신촌유플렉스점 2개 매장은 모두 평일인데도 계산대에 줄이 늘어설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중년 여성들이 무리 지어 속옷 등 할인 제품을 매대에서 바구니로 쓸어담았다. 젊은 세대도 유행하는 와이드핏 청바지 두세 벌씩을 팔에 걸고 계산대로 향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2020년 영업손실 883억 원을 기록하다 지난해부터 영업이익 1147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서모(27) 씨는 “이전부터도 무분별한 불매운동엔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며 “내 삶과 정치는 다른 영역”이라고 말했다.

불매운동 여론을 이끌었던 ‘클리앙’ 등 좌편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불매운동도 이제 끝이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토요타 차량, 유니클로 옷, 아사히 맥주 안 사고 잘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조용하네요. 이제 끝인가요. 하…”라는 한탄 섞인 게시글이 높은 공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불매운동 당시 봇물처럼 쏟아졌던 ‘재팬아웃’ ‘노재팬코리아’ 등 불매운동 웹사이트 대다수는 이미 폐쇄된 상태다. 이 중 규모가 가장 컸던 ‘노노재팬’도 지난해 3월 “이제 ‘불매’라는 키워드를 넘어 ‘평화’와 ‘이해’라는 단어에 기반해 긍정적인 힘을 더하고자 한다”는 공지문을 올리고 사이트를 닫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광우병 가짜뉴스에 한 번 당했던 국민은 잘못된 정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줄 알게 됐다”며 “과한 선동과 가짜뉴스에 대한 피로감과 학습효과로 노재팬 열기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