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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10문10답

법관 판단으로 흉악범죄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격리 남용 우려도

강한 기자 외 1명
강한 기자 외 1명
  • 입력 2023-08-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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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이상 동기 흉악 범죄의 피의자가 중증 정신질환자로 나타나면서 법관 등의 판단으로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10문10답 - 잇단 ‘묻지마 범죄’에 ‘사법입원제’ 다시 부상

진주아파트 방화·살인 안인득
임세원 정신의학 교수 피살 등
정신질환 흉악범죄서 논의 촉발

警·지자체 강제입원 가능하지만
정신 질환 낙인·인권 침해 우려
비용·소송 등 이유로 활용 한계

법무·복지부는 빠른 도입 희망
법원은 심사 부담에 신중 입장

야당 동의 필요한 법 개정 사안
치료 병원 등 인프라 구축 우선


최근 흉악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에서 관련 주요 대책 중 하나로 사법입원제를 들고 나왔다. 흉악 범죄 피의자들이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치료를 위해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법입원제는 법관 등이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 비자발적 정신질환자 입원의 경우 보호자와 전문의가 일치된 의견을 보이거나 전문의나 경찰이 지방자치단체에 환자의 입원을 요청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환자의 동의 없이는 입원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사법적 판단에 근거해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문답을 통해 알아본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2019년 경남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 피의자 안인득. 뉴시스



1. 사법입원제 도입 배경은

사법입원제는 법관의 결정으로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제도다. 정신의학적 판단이나 가족의 결정 외에 사법기관이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입원 적절성을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이상동기와 정신질환자에 의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대안으로 사법입원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의적 입원을 허용하는 기존 강제입원제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듬해 국회는 강제입원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현행법상 환자가 입원을 거부할 경우 보호의무자 2명, 국공립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의사 1명을 포함한 전문의 2명의 동의가 있으면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엄격한 요건 때문에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정신질환자가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일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사법입원제를 추진 중이다.

2. 국내 치료 시급한 중증 질환 대상자 규모는

사법입원제가 도입될 경우 대상이 되는 중증 정신질환자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계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진료를 거부한 정신질환자 수를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샘플 조사라도 해서 전체 규모를 추정해 정책을 만드는 데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범죄 관련 추정치는 있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정신장애 범죄자는 8850명으로 전체 범죄자 124만7680명의 0.7%가량이다. 지난 10년간 통계를 보면 정신장애 범죄자는 연 5000∼9000명으로, 전체 범죄자의 0.3∼0.7%를 차지한다. 강력범죄의 경우 2021년 545명으로 나타났는데, 전체 강력범죄자 2만2992명의 2.4%를 차지한다. 전체 범죄자 124만7680명 중 강력범죄자의 비율은 이보다 적은 1.8%다.

3. 중증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제도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와 논란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이상동기 범죄’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중환자 중심이던 정신질환 관리를 예방, 조기발견, 치료, 일상회복 전 과정을 체계화하는 방향으로 혁신하겠다”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환자 의지와 관계없이 법원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복지부 등 관계부처도 판사가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판단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법입원제 도입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야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 정신질환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를 제공해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목적이 되지 않으면, 정신질환자를 사법부 판결 없이 ‘격리’하는 용도로 오용될 우려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의료 인력, 전문가 인력, 지자체 차원의 연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 과거 사법입원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됐던 강력범죄 사례는

2019년 안인득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는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안인득이 중증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조사되면서 사법입원제 도입이 급물살을 탔었다. 수차례 아파트 이웃 주민과 갈등을 빚어 경찰까지 출동하자 안인득의 친형이 동생을 수차례 보호입원시키려 했지만 현행법상 보호의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보다 앞선 2018년 12월에는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정신질환을 앓은 환자의 흉기 난동으로 숨졌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제20대 국회에서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들이 다수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5. 현행 강제입원제도 및 연관 계류 법안은

현행법으로는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타의에 의한 정신병원 입원이 가능하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자해·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경우 경찰이 정신의료기관에 데려가 3일간 응급입원을 시키고, 지자체장이 신청해 행정입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찰과 지자체 모두 비용부담과 사후 발생할 수 있는 민원과 소송 등을 우려해 제도를 활용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특히 2017년 5월부터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입원’의 경우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소견이 일치해야 입원할 수 있어 요건이 까다롭다.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이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 제2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이 법은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것으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및 동의입원 제도 폐지 △입원적합성심사제도와 정신건강심의위원회 구조 개선 △정신질환자의 입·퇴원 절차 및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권익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조력인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도 추진되고 있다.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의사 출신 신상진 성남시장은 “사법입원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조현병학회 등도 사법입원제 찬성 입장을 밝혔다.

6. 의료 시설 확충, 판사 인력 문제 등 사법입원제 인프라 구축 문제

사법입원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강제입원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판사와 정신질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 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선 이 같은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2018년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 2019년 안인득 방화 살인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사법입원제 도입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 대법원은 “판사 1인당 입원심사 사건이 많아질 경우 심리 절차가 형식화될 우려가 있으며, 판사·재판보조인력·보조인·호송인력 등 인적자원 및 물적 자원 확보를 위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 403개소였던 정신건강의학병원은 391개로 감소했고 병상도 많이 줄어든 상태이며 병상 가동률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99%, 종합병원의 경우 95%로 사실상 당일 입원이 불가능하다.

7. 논의되는 사법입원 절차는 현행 체제에서 감당 가능한가

앞서 사법입원제의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비자발적 강제입원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입원적합성심사를 폐지하고, 법원의 대면심사를 통해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강제입원을 일정 기간 이상 유지하려면 의사·법조인·당사자 등으로 국립정신병원 5곳에 꾸려진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가 필요하다. 법원 심사 과정에서 심사 대상자가 변호사나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하도록 해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다만 법조계 내외에서는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현직 법관은 “법관이 정신질환의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의학 전문 지식을 갖출 수 있는가 의문”이라며 “의사나 가족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지만, 반대로 이는 법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8. 법무부, 대법원, 복지부 등 관련 기관 각 입장은

사법입원제를 두고 법무부·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대법원의 입장은 엇갈린다. 법무부와 복지부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입원 및 격리제도 운용을 위해 사법입원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백화점에서 연이어 흉악 범죄가 벌어진 가운데, 실효성 있는 격리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달 초 “현행 제도가 가족이나 의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면이 있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 등을 감안해 미국·독일·프랑스 등을 참고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복지부 장관도 18일 국회에 출석해 “강제입원 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조정하고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도 법원이 최종 판결을 해서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법입원제가 도입될 경우 강제입원을 판단해야 하는 법원은 정부가 추진 의사를 밝힌 이후 아직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에 “법무부가 추진 중인 사법입원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및 현행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운영 성과 등에 대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현 단계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대법원은 제도 도입에 ‘신중 검토’ 의견을 세 차례에 걸쳐 제시한 바 있다.

9. 해외 도입 사례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법입원제가 오랜 기간 시행되고 있으며 정신건강 법정을 운영하는 판사가 별도로 지정되어 있으며 순환 보직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다수의 주(州), 프랑스, 독일 등은 사법입원제를 통해 법원이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정신질환자 본인이 거부할 경우에도 강제입원 및 강제 치료를 명령할 수 있다. 입원 절차는 환자의 가족과 정신보건 전문가, 담당 공무원 등이 법원에 사법입원을 신청하면 판사가 정신건강사회 복지사·간호사 등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심사를 진행한다.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는 경찰이나 담당 의사의 판단하에 우선 입원을 시킨 뒤 법원이 사후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미국에선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강제입원 후 10일 이내에 심사가 열려야 한다. 영국과 호주 등은 복지부 산하의 준사법기관인 ‘정신건강 심판원’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및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심판원은 법조인과 정신과 전문의, 담당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며 환자 본인의 의견도 참고하도록 되어 있다.

10. 인권 침해 논란 없나

복지부와 법무부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다. 재추진되는 사법입원제를 두고 시민단체들이 연대 성명을 내는 등의 두드러진 반발은 아직 없다. 사법입원제 도입이 법 개정 사항인 데다, 구체적 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다. 다만 인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법원의 권위를 빌려 정신질환자를 낙인 찍고, 필요한 치료 이상의 강제적 장기입원이 이루어지는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법입원제보다 외래치료명령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제 포박 등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강제입원보다 인신의 자유를 확보해 주면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증상이 개선될 수 있는 환자가 치료를 기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외래치료명령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강한·이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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