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6일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준결승전 잉글랜드-호주전이 열린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앞에서 호주 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흥행에 성공한 개최국 호주가 밟지 말아야 할 전철로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국이 지목됐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축구 칼럼니스트 존 듀어든이 쓴 ‘호주가 월드컵의 유산을 생각할 때 한국의 사례는 경고가 된다’는 제목의 해설기사를 통해 게재해 21년 전 우리나라의 상황을 지적했다. 가디언은 "국가적 열광의 물결이 일었다. 유럽 팀에 진 실망도 잠시, 자부심·새 시대에 대한 낙관에 압도됐다. 정치인들은 경기장에서 스카프를 맸고, 신문엔 축구 보도가 넘쳤다"며 "이는 호주만 경험한 게 아니다. 한국도 2002 남자 월드컵 때 같은 상황이었다"고 썼다. 이어 "‘태극전사’가 독일과 4강전에서 0-1로 패한 지 고작 1년 만에 월드컵 영웅 서사가 마치 없던 일처럼 느껴졌다"며 "(월드컵) 신바람이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K리그를 향한 관심이 ‘반짝 열기’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또 대한축구협회가 거스 히딩크 감독의 후임을 뽑는 데만 너무 초점을 맞춰 월드컵이 가져다준 관심과 인지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가디언은 월드컵을 통해 한국이 얻은 ‘문화적 힘’은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가디언은 "2002년 5월 한국은 국제적으로 여전히 분단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월드컵이 투자하고 관광할 만한 역동적이고 현대적 한국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다음 단계인 ‘한류’가 등장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축구’ 그 자체에 지속적 변화를 가져오는 데 애를 먹었지만 2002 월드컵은 국가 전체를 바꿔놓은 ‘축구의 힘’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2002년 한국처럼 이번 여자 월드컵 개최국 호주도 역대 최고 성적인 4위로 마무리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잉글랜드와 치른 월드컵 4강전이 호주 전역에서 평균 700만명이 넘은 시청자를 끌어모아 2001년 집계 이후 최다 기록을 썼다.

김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