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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현의 Deep Read - 18일 한미일 정상회담 관전법

윤석열 정부 ‘자유의 연대’ 정상외교 일단락… 한미일 협력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 정상화 주목
세계 질서는 ‘글로벌 웨스트’ 대 ‘글로벌 이스트’의 대결… 중·러 압박 따른 리스크 분산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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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이 오는 18일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바야흐로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가 절정에 이른 모습이다. 윤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전략적 투명성을 택했다. 향후 과제는 그것이 부를 후폭풍과 리스크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이다.

◇캠프 데이비드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DC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휴양지로 과거 미 대통령들이 세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역사적 합의를 끌어낸 장소로도 유명하다. 1959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소련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과 회담을 가졌고, 1978년 9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와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중동평화안에 합의한 장소가 바로 여기다.

한국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4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처음 방문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두 번째로 15년 만에 찾게 됐다. 이런 상징성을 갖는 장소인 만큼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내용도 그만큼 중요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3국 정상은 북한이 야기하는 지속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및 태평양 도서국과의 관계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 안팎으로의 3국 간 협력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역내·글로벌 안보 도전에 대처하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촉진하며 경제 번영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 비전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이번 3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①북한 위협 대응 ②인도·태평양 지역 안팎에서의 3국 협력 강화 ③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촉진 ④글로벌 안보 도전 대응 등으로 요약된다.

대통령실도 이번 정상회담이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3국 간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3국 정상 간 격의 없고 친밀한 대화를 갖기 위해 ‘리트리트’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리트리트’는 형식이나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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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외교의 절정

출범 1년 3개월이 지난 윤석열 정부는 3월 도쿄 한·일정상회담, 4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5월 히로시마 G7정상회의, 7월 빌뉴스 나토정상회의, 그리고 이번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외교 행보를 이어왔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추구해온 ‘자유의 연대’ 정상외교의 일단락을 긋는 회담이라 평가할 수 있다.

실상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오랜 염원이었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모두 동맹 관계에 있으나 한·일 간 과거사 문제, 동북아 정세 대응 기조 차이 등의 문제로 인해 3국 간 협력은 그동안 제한적인 형태로 진행됐다. 한·미·일 협력에서 한·일은 항상 ‘약한 고리’라는 평가를 면치 못해왔다. 그동안 아세안 정상회의 등 3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다자 무대에서 약식 혹은 사이드 이벤트로 열리던 한·미·일 정상회담이 별도로 열리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그간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를 보면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한국의 외교 정체성 부각이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자유·평화·법치·인권 등 주로 가치에 기반한 개념들로 이뤄져 있다. 윤 정부는 가치외교에 기반한 외교 정체성을 강화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전략적 모호성보다는 전략적 투명성을 택했다. 과거 진보 성향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명분 아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태세를 취했다. 이에 비해 윤 정부는 미국, 일본 등 우리와 체제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공조를 확연히 강화했다.

세계질서가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유례없는 혼돈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시대에 한국이 가치와 국익을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한국과 글로벌 웨스트

현 국제정세의 특징과 안보적 맥락은 파편화·진영화의 동시 진행, 그로 인한 전략적 불확실성의 증대로 요약된다.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향후 국제질서가 글로벌 웨스트와 글로벌 이스트,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등 ‘세 개의 세계’로 나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의 국제질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글로벌 웨스트와 글로벌 이스트 간의 경쟁과 대결이다. 여기에서 한국이 글로벌 웨스트와 협력하고 공조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로 인한 리스크와 후폭풍, 특히 글로벌 이스트로부터 올 압박과 견제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다. 세 개의 과제가 있다. 첫째, 한국 외교의 가치 정체성과 전략적 투명성 증대로 인한 중·러로부터의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한·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중·러에 대해 가치와 시장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특히 중국의 경제 강압 외교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한국이 글로벌 웨스트와 연대하는 것과 동시에 진행되는 북·중·러 연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7월 27일 북한의 소위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행사는 핵·미사일 정책에 일절 변화가 없다는 사실과 북·중·러 밀착 연대를 내외에 적극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 및 위기관리가 더욱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셋째, 파편화된 질서 속에서 진영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혼란스러운 국제질서 에서 외교가 감당해야 할 핵심 과제는 리스크 분산이다. 가치와 국익을 어떻게 결합한 국가 전략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과의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을 선언한 유럽의 고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외적인 경제적 충격이나 경쟁국의 정치·경제적 압박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국가와 사회의 탄력성을 어떻게 키울지가 중요해진다.

◇한·미·일 플랫폼

국제질서가 진영화로 재편되는 게 추세라면 한·미·일 3국 회동을 정례화하는 등 이를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모색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양국 관계의 부침을 겪었던 그간의 경험을 감안한다면 두 나라의 차기 정부에서도 이런 협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어젠다를 발굴하고 협력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 인태지역의 해양안보, 원자력 발전, 우주 개발, 공급망 협력, 반도체 등 첨단기술 등이 협력 분야는 다양하다.

세종연구소장

■ 용어설명

‘전략적 모호성’은 강대국들 중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고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외교 전략. 문재인 정부가 이 전략을 구사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동맹을 우선시하는 ‘전략적 투명성’을 선택.

‘세 개의 세계’는 미·유럽 주도의 ‘글로벌 웨스트’, 중·러 주도의 ‘글로벌 이스트’, 비서구 그룹인 ‘글로벌 사우스’를 말함. 존 아이켄베리 교수가 분류한 것으로, 진화하는 글로벌 차원의 분파.

■ 세줄요약

캠프 데이비드 : 한·미·일 정상이 18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 개최.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한 위협 대응, 인도·태평양 지역 안팎에서의 3국 협력 강화,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촉진, 글로벌 안보 도전 대응 등임.

가치외교의 절정 :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윤석열 정부 외교의 절정임. 윤 정부 외교 행보의 특징은 두 가지로, 첫째 가치외교에 기반한 외교 정체성 강화, 둘째 전략적 모호성 대신 전략적 투명성 선택 등으로 요약됨.

한국과 글로벌 웨스트 : 글로벌 웨스트·이스트·사우스 등으로 나뉜 ‘세 개의 세계’에서 한국이 글로벌 웨스트를 택한 건 당연. 다만 한·미·일 회동 플랫폼화 등을 통해 중·러 등 글로벌 이스트의 압박에 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