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美 국가부채 시계 1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가 정부 부채 증가 등을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사진은 지난 6월 미국 뉴욕에 게시된 ‘국가 부채 시계’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 신화통신 연합뉴스

■ 피치, 미국 신용등급 전격 강등

강등 이유는 ‘거버넌스 악화’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놓고
정치권 고질적 힘겨루기 지적
백악관 “공화당이 경제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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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의 이번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결정에는 미 정부의 부채부담 증가와 부채 한도 협상을 두고 여야의 고질적 ‘벼랑 끝 전술’이 주요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추이가 꾸준히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대립까지 부각되며 미 정부가 이전처럼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겠느냐는 신뢰의 문제가 대두한 것이다. 여기에 중기 재정체계 부족과 예고된 경기침체 등 국내외적 상황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피치는 1일(현지시간) 미국 신용등급 결정 보고서를 발표하며 하향조정의 이유로 ‘거버넌스(지배구조) 약화’를 가장 먼저 꼽았다. 지난 5월 AAA였던 미국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리며 ‘정치적 갈등’을 지목했던 것과 같은 기조다.

이는 미 의회가 지난 6월 1일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시한 직전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법안을 통과시키며 간신히 국가 부도 위기는 넘겼지만, 이번에는 예산안 마련을 두고 백악관과 공화당이 이견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1일 전 세출법안을 확정하지 못하면 연방 정부의 부분 폐쇄를 뜻하는 ‘셧다운’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 급등 역시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정부 재정 적자는 2022년 GDP 대비 3.7%에서 올해 6.3%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연방정부 세수 감소와 재정지출, 이자 부담 증가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또 지난 2년 동안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코로나19로 최고치를 찍었던 2020년 122.3%에서 올해 112.9%로 감소했지만, 2025년 다시 118.4%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중기적 재정관리 체계에 대해선 “다른 국가들과 달리 부족하고, 예산 편성 과정이 복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즉각 성명을 내고 “강력히 동의하지 않는다”며 “디폴트 문제부터 거버넌스와 민주주의 훼손, 부유층과 기업을 위한 ‘적자 폭탄’ 세금 감면 연장 시도에 이르기까지 공화당의 극단주의가 우리 경제에 지속적 위협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