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교권 회복’ 당정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권회복·보호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윤재옥(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교권침해 사례 온라인에 폭주

“도끼로 학교 피바다 만들것”
“의사랑 결혼하려 선생 됐냐”
3~4일새 2000건 넘게 제보

‘정부에 건의사항’ 선정 설문에
하루만에 2만5000명 참여해
‘아동학대 무고 처벌’ 강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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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찾아온 학부모가 ‘도끼로 학교를 피바다로 만들겠다’는 폭언부터 상담 시 ‘의사랑 결혼하려고 교사 됐냐’는 인신공격까지 했다.” “매일 등교 전 자녀 배변 상태 메모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아이 기 살려달라’며 직접 출제한 시험 문제를 전달했다.”

교육 현장에 만연한 학부모의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교사들의 성난 목소리가 담긴 제보가 각종 단체와 교원이 개설한 사이트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주하고 있다. 경기교사노조에서 악성 민원 제보를 받았던 웹사이트 패들릿에는 21∼25일 저녁까지 1848건의 글이 올라왔다. 교사들의 제보 폭주로 시스템이 불안정해져 임시로 창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인스타그램 민원스쿨은 학부모 악성 민원 사례가 21∼23일간 2077건에 달했다. 초등교사노조도 21∼24일의 설문에서 2400여 건의 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26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면담하는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25일 ‘정부에 건의할 주요 과제를 선정해달라’는 교사 대상 설문을 실시하자 하루 만에 2만5000여 명이 의견을 쏟아냈다.

26일 온·오프라인상에 제기된 학부모의 각종 ‘악성 민원’ 제보에 따르면, 한 초등 여교사는 친구들에게 커터칼을 휘두른 학생이 있어 지도하자 가해 학생의 부모가 찾아와 “기분 나쁘면 그렇게 하라고 내가 가르쳤다” “차에서 도끼를 가져와 학교를 피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며 폭언을 퍼부었던 사실을 공개했다. 학부모는 이후 밤마다 전화해 2∼3시간씩 통화하며 협박을 일삼았고, 학생이 전학을 가고 나서야 상황이 일단락됐다. 한 30대 초등 교사는 학기 초 아동기초 조사서에 학부모가 “교사라고 임용고시 합격한 갑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적어 보내고, 이후 상담 기간 전화통화에서 “의사랑 결혼하려고 교사 된 거 아니냐?”는 식의 말을 퍼부었다고 호소했다.

아이 유산으로 인해 부인과 수술을 한 후 이틀 만에 출근했던 초등 1학년 학급 담임 여교사에게 “유산 안 됐으면 출산휴가 들어갔을 텐데 그때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고 무책임하게 임신을 하냐”며 “(수술로 쉰) 이틀 동안의 우리 아이 학습권은 어떻게 보상해줄 거냐”고 물은 학부모가 있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아이의 잦은 배변 실수를 전달했더니 학부모가 “연락하지 말고 교사가 직접 처리하라”고 해 매일 수차례 학교 체육관 시설에서 아이를 씻겨야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학부모가 초등 고학년인 자녀 변 상태를 매일 전달하면서 “아이 기분을 살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 자녀가 매번 시험을 못 봐서 속상해하니 “지금 드리는 문제를 내서 아이 기 좀 살려달라”고 말한 내용 등 다양한 교권 침해 사례도 쏟아졌다.

교사들의 고통 호소가 봇물 터지듯 제기되면서 집단적인 목소리 규합과 행동으로도 번지고 있다.

26일 이 부총리와 면담을 갖는 인디스쿨 관계자는 “정부 건의 사항을 묻는 설문을 올리자마자 25일 오전 9시부터 9시간 만에 2만5000여 명이 응했다”며 “설문을 토대로 △아동학대 무고죄 처벌 강화 △학부모 민원 연락창구 단일화 △문제 학생 분리조치 시스템 등 정부에 10대 항목을 정리해 전달하고 현장교사들과의 정례협의체 구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집회도 교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지현·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