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강선우 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서울송파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이미 철 지난 ‘탈냉전의 동굴’에 갇혀 있는 우물안 개구리”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인사들이 과거의 향수에 젖어 ‘탈냉전의 추억’에서 헤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탈냉전 시대인데도 기존의 냉전적 사고에서 못 벗어난 것이 수구보수였던 것처럼, 신냉전 정세인데도 기존의 탈냉전 사고에서 헤매는 것은 똑같이 수구진보”라며 “정신 차리시라”고 직격했다.

김 교수는 “대북정책과 외교안보정책은 국제정세의 변화라는 큰 흐름에 맞춰 국익에 맞게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72년 박정희 정부가 7·4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이후락이 평양에 간 것도 당시 냉전의 와중에 데땅트라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올라탄 것”이라며 “1990년대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 추진하고 남북기본합의서 채택하고 남북교류를 시작한 것도, 2000년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성사시키고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을 추진한 것도, 사회주의 붕괴와 탈냉전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탄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그러나 2010년대 이후 동북아는 이른바 신냉전으로 들어섰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중·러 동맹 강화와 독재체제 연대로 인해 사실상 탈냉전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며 “그래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는커녕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는 이미 실패가 예고돼 있었다. 신냉전의 시대에 탈냉전의 과거 동굴에서 허우적댔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미 탈냉전의 민족 공조를 포기하고 대남 교류 협력을 거부하고 국가 중심의 남북관계로 전략을 전환한 건 오래된 일”이라면서 “최근 현정은 회장 방북 거부와 조평통이나 통전부가 아닌 외무성 명의 발표가 이를 반증한다. 북한은 이미 탈냉전의 남북관계에서 신냉전의 대결관계로 전환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만 객관적인 정세 변화와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를 외면한 채 과거 탈냉전의 추억만 되뇌이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제 윤석열 정부는 탈냉전이 아닌 신냉전의 엄중한 정세를 직시하고 신냉전 정세에 걸맞은 합리적인 국익추구의 관점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권교체의 정치적 의미인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인사들은 제발 철지난 탈냉전의 화려한 추억에서 깨어나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쓴 ‘평화의 힘’이라는 책을 추천하며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단국가로서 전쟁을 겪은 우리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는 없다”면서 “평화는 국방과 외교가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통한 남북 간의 적대 해소 노력과 지정학적 환경을 유리하게 이끄는 외교 노력 없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평화를 얻기가 어렵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 점에서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고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야말로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대전환이고 결단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그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럴 때 남북관계는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으며, 균형외교도 증진됐다”며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해 국민소득 2만불 시대와 3만불 시대로 도약한 것도 이 때였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던 정부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며 “남북관계는 후퇴하고 평화가 위태로워졌으며, 국민소득까지도 정체되거나 심지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처럼 확연히 비교되는데도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역대 정부가 평화를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달리기를 했다면 남북관계와 안보 상황, 그리고 경제까지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우리 모두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화두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