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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두 방중단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 대사의 망언 사태에도 아랑곳없이 지난 12∼15일, 15∼18일 각각 방문하고 돌아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싱 대사의 무례한 내정간섭 발언에 무반응인 채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기 위한 국익 차원의 방문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들의 친중 일변도 행태는 오히려 대중국 저자세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우선, 중국 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옆에 앉혀 놓고 한 발언 내용 자체가 외교관이 해선 안 될 말이었다. 대사로서 주재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듯한 언사는 마치 과거 조공 관계에서나 있을 법한 행태다. 대한제국 말기에 외교와 개혁정책을 방해하고 고종을 홀대했던 위안스카이(袁世凱)에 버금갈 정도다. 또, 사태가 양국 외교관계로 불거졌는데도 중국 외교부장은 자국 대사를 두둔하는 언급을 했다. 이쯤 되면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이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재치가 없었다면 나중에 유감 표명이라도 했어야 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 다수는 한중 관계의 악화를 윤석열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화해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에서 중국 방문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계기로 당 안팎의 위기국면을 전환하려는 노림수도 아울러 작동했다. 제1진은 김태년 의원 등 5명의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였고, 제2진은 도종환 의원을 포함한 7명의 중국문화교류 방중단이었다. 국익을 위한다고 했으나, 정작 장관급 이상의 고위급들과는 만나지 못해 의전에도 어긋났다.

제2진은 중국 정부가 비용 부담을 했는데, 중국 정부가 주최한 티베트 관광문화 엑스포에 참가해 티베트 인권문제를 덮으려는 술책에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국내 방송에 출연해 티베트 방문을 정당화하기 위해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티베트 독립운동가들을 칭송하는 등 중국의 탄압정책에 반하는 발언을 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행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네팔, 몽골, 바누아투, 미크로네시아, 통가, 보츠와나, 시리아 8개국만 참가했다.

민주당이 보여주는 이중 잣대는 일본은 때리고 중국은 감싸는 데서도 나타난다. 일본에 대해서는 죽창가를 부르며 항일의식 선동에 몰두하는 데 비해, 중국에 대해서는 굴종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닌 핵폐수’라고 부르며 일본 규탄에 앞장서고 있다. 민주당 방중단은 싱 대사 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고, 중국 원전에서 서해로 내뿜는 삼중수소 총량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사실 싱 대사의 발언은 한국 정치의 분열을 이용하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과 다름없다.

이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더 이상 윤석열 정권과 경쟁하지 않고 어제의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며 ‘국민이 민주당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까지 변화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민주당의 적(敵)은 여당이나 윤 정부가 아니고 어제의 민주당도 아니다. 바로 오늘의 민주당, 이재명의 민주당이다. 오늘의 민주당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는 말로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