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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자치구들 ‘방제 답습’

기후변화에 유충 성장 빨라져
가을철 채집 1724→2743마리
모기예보 ‘관심’ 3월로 당겨져
일본 뇌염 등 감염병 전파 우려

서울 중구 황학동에 사는 대학생 김모(23) 씨는 요즘 모기 때문에 심신이 괴롭다. 지난해 쌀쌀한 날씨 속 윙윙대는 ‘가을 모기’ 때문에 생고생을 한 데 이어 올해도 평년보다 일찍 등장한 ‘봄 모기’로 인해 잠을 자주 설쳤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전기 모기채와 전기 모기향을 구입하는 등 이전에 비해 훨씬 길어진 모기와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온 상승 등으로 모기 활동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추세다. 예년보다 더 늦게까지 활동하는 ‘가을 모기’가 지난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 따르면 서울 51곳에 설치된 모기 유문등(유인등)에서 가을철(10∼11월 둘째 주) 채집된 빨간집모기 수는 지난해 2743마리로 전년(1724마리) 대비 1019마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에 널리 분포하는 빨간집모기는 집 안을 드나들며 야간에 흡혈을 한다. 가을 모기뿐 아니라 봄 모기도 활동 시기가 빨라졌다. 올해 봄 모기는 4년 전보다 두 달 정도 빨리 나타났다. 모기가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하는 시 모기예보제 ‘관심’은 매년 발령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4년 전 2019년에는 5월 16일 발령됐으나 이후 △2020년 4월 26일 △2021년 3월 21일 △2022년 3월 15일로 점차 빨라지다가 올해는 3월 13일 처음 발령됐다. 이처럼 모기 활동 기간이 늘어난 것은 기후변화 영향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배연재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모기 유충이 서식하는 웅덩이, 습지 등의 수온도 올라 유충 성장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모기의 활동 기간이 점점 늘고 있으나 서울 자치구 방제 대책은 과거 양태를 답습하고 있다. 자치구들은 5∼9월을 모기 집중 방제 기간으로 정하고 포충기 등을 활용해 방제활동을 벌여왔는데 올해도 이에 맞춰 방제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모기 활동 기간에 변화가 있으면 그에 맞춰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자치구 대응은 굼뜨기 이를 데 없다는 게 시 안팎의 지적이다.

시는 자치구마다 지역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 모기 방제 계획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시는 매년 큰 틀의 모기 방제 계획이 담긴 ‘서울시 모기 매개 감염병 관리계획’을 구에 시달한다.

이에 따라 구는 구별 지역 특성에 맞게 자체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방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모기 채집, 모기예보제 운영 등을 통해 모기 활동 기관 변화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 차원에서 맞춤형 대응은 별도 수립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는 말라리아 등 법정 전염병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모기 집중 방제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배 교수는 “모기는 일본뇌염 등 전염병을 옮기고 삶의 질과도 관련돼 있어 적극적인 지역별 맞춤 방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