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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기억해야 할 서울현충원 ‘호국父子’…호국형제 ‘김의 묘’

정충신 선임 기자
정충신 선임 기자
  • 입력 2023-06-06 13:07
  • 수정 2023-06-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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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조성된 호국부자(父子)의 묘. 조국 영공을 수호하다 산화한 부친 박명렬 소령과 아들 박인철 대위가 함께 안장돼 있다. 국방일보 제공



6일 김봉학·성학 일병 안장식…서울현충원 3번째 호국형제의 묘
이름없는 ‘김의 묘’…전우 이름 찾아주고 곁에 묻힌 황규만 장군
‘호국부자의 묘’ 조국 영공 수호한 박명렬 소령·박인철 대위
대전현충원엔 이남규 선생 가문 4대 안장…국가에 헌신 기간 100년


6·25전쟁에서 전사한 ‘호국형제’가 전쟁 발발 73년 만인 이번 현충일에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 나란히 안장됐다. 서울현충원을 비롯한 국립묘지에 안장된 분들 중에는 이들 외에도 우리가 특별히 기억해야 할 사연의 주인공이 많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보훈부 수장인 박민식 장관은 지난 5일 보훈부 출범 취임사에서 “국립서울현충원의 보훈부 관리 이관을 통해 서울현충원을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이 국민들이 즐겨찾는 자유 대한민국의 상징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6일 서울현충원에서 고(故) 김봉학 일병(형) 유해가 동생인 김성학 일병 바로 옆에 묻히는 ‘호국형제’ 안장식을 거행했다.

6·25전쟁 전사자 형제가 서울현충원에 나란히 묻히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서울현충원의 호국형제 1호 안장은 2011년 6월6일 고 이만우(형)하사와 고 이천우(동생) 이등중사다. 2호 안장은 2015년 6월 4일 고 강영만(형)하사와 고 강영안(동생) 이등상사다. 이번에 고 김봉학(형) 일병과 고 김성학(동생) 일병이 서울현충원 3호 호국형제로 안장된 것이다.

김성학 일병의 유해는 전사 직후 수습돼 1960년 서울현충원에 안장됐지만, 형인 김봉학 일병의 유해는 찾지 못해 현충원에 위패만 모셔둔 상태였다. 김봉학 일병의 유해는 지난 2011년 강원도 양구군 월운리 수리봉에서 처음 발굴됐고, 2016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수습됐다. 이후 발굴 유해와 2021년 대구·경북지역 유가족 집중 찾기 기간에 채취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신원을 김봉학 일병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봉학 일병은 1951년 9월 5일 5사단 35·36연대와 미 2사단 9연대가 북한군을 상대로 수리봉 일대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격전을 벌인 ‘피의 능선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동생 김성학 일병은 국군 8사단 21연대 소속으로 평안남도 순천 인근까지 진격 후 중공군의 2차 공세로 38선까지 철수했다. 이후 1950년 12월 24일 38선 일대를 방어하는 강원-춘천 부근 전투에서 산화했다.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형제가 뒤늦게 넋이 되어 만난 사연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이들의 형제애와 고귀한 희생정신의 의미를 기리는 차원에서 한자리에 나란히 모셨다”고 말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성만 새긴 특별한 묘비가 있다. 6·25전쟁 중 경북 안강지구 도음산전투에서 전사한 김 소위라고만 알려진 어느 소대장 곁에 전우 황규만 장군이 안장돼 있다. 어렵게 김 소위 이름을 알아냈지만 현충원은 역사적 산물로 남기기 위해 이름 없는 묘비는 그대로 두고 묘지석에만 ‘김수영’ 이름을 새겼다.국방일보 제공



국립묘지에는 수많은 분이 안장돼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부터 군인·경찰·공무원, 의사상자까지.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희생한 국가유공자들이다. 그리고 한 분 한 분마다 슬픔과 기쁨을, 자부심을,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해야 할 사연의 주인공들이 있다.

서울현충원에는 성만 새긴 특별한 묘비가 있다. 6·25전쟁 중 경북 안강지구 도음산전투에서 전사한 김 소위라고만 알려진 어느 소대장이 주인공이다. 황규만 소위(당시 계급)는 전사한 김 소위의 유해를 소나무 밑에 가매장했다. 14년이 지난 1964년 어렵게 유해를 찾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정식 이장했으나, 이름을 알 길이 없어 묘비의 이름을 ‘육군 소위 김의 묘’라고 새겼다.

장군으로 진급·예편한 후에도 황 준장은 계속해서 김 소위의 신원 확인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마침내 1990년 그의 이름과 강원도 춘천시에 거주하는 가족을 찾아냈다. 묘비의 주인은 김수영(갑종1기)이었다.

그러나 현충원은 역사적 산물로 남기기 위해 이름 없는 묘비는 그대로 두고 묘지석에만 이름을 새겼다. 죽어서도 전우와 함께하고픈 황 준장도 지난 2020년 6월 세상을 떠난 뒤 김수영 소위의 묘를 나눠 쓰는 방식으로 영면에 들어갔다.

고 박명렬 소령은 공군17전투비행단 소속 F-4E 전투기 조종사였다. 1984년 3월 14일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에서 저고도 사격임무 수행 중 추락 사고로 서른두 살에 순직했다.

당시 아들은 겨우 다섯 살. 아들은 어느덧 청년으로 자라 아버지의 뜻을 이어갔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2004년 임관한 아들 박인철 대위는 공군20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조국의 창공을 지켰다.

하지만 운명은 이들 부자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아들 박 대위도 2007년 7월 20일 서해안 상공에서 야간 요격 훈련 중 스물일곱의 꽃다운 나이에 순직했다.

박 소령과 박 대위 부자는 서울현충원에 나란히 안장됐다. 기존 박 소령 묘에 가족 청원에 따라 2007년 7월 23일 박 대위를 안장해 부자가 함께 영면하게 된 것. 현충원은 이들 부자의 묘를 ‘호국부자의 묘’로 명명했다.

대전현충원에는 4대가 안장된 사연이 있다. 이남규 선생 가문이다. 1대 이남규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빼앗긴 자주권 회복을 위해 일어난 홍주의병을 이끌었다. 2대인 이충구 선생은 1906년 의병을 일으킨 민종식의 부대에 부친과 함께 지원했다. 1907년 의병이 다시 일어나자 부친과 의병 가담을 논의하다 1907년 9월 26일 일본군에 적발돼 부친과 함께 참살됐다.

3대인 이승복 선생은 일제강점기 신간회 선전부 총무간사, 조선일보 이사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다. 대한민국군 자금 모집, 재만동포 구호활동 등 독립운동 기반을 마련한 혐의 등으로 수많은 옥고를 치렀다.

4대인 이장원 중위는 6·25전쟁 당시 해병중위로 참전해 함경남도 영흥만 황토도전투에서 절대적인 병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공격을 저지하는 공을 세우고 산화했다. 이들 4대가 국가를 위해 헌신한 기간은 무려 100년에 이른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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