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꽉 막힌 도심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등 경찰 추산 2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린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 도로가 경찰의 교통 통제로 인해 체증을 빚고 있다. 백동현 기자

■ 대법에 ‘양형 기준 개선안’ 제출

현재 최소 1개월에서 상향 의견
文정부에서 무산된 후 2년만에

원칙대응 통해 불법집회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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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을 폭행·협박할 경우 ‘최소 징역 3개월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개선안을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1일 파악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무산된 이후 2년 만의 재추진이다.

경찰청은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공무집행방해 범죄의 감경 양형 범위를 징역 1∼8개월에서 징역 3∼10개월로 높여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현행 양형 기준은 감경·가중 요인에 따라 ‘감경-기본-가중’ 세 단계로 구분되는데, 공무집행방해는 징역 1∼8개월(감경), 6개월∼1년 6개월(기본), 1∼4년(가중)으로 구분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반성, 음주 상태를 이유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감형되는 경우가 많아 하한 선고형을 높여 실질적 처벌 기준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죄 감경 요소인 ‘음주로 인한 심신 미약’ 항목을 삭제하고 ‘상습범’ 및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만취 상태’ 항목을 가중 요소로 신설해달라는 안건도 전달했다. 공무집행방해 범죄 대상 10명 중 9명이 경찰이고, 검거 대상자의 약 70%는 음주 상태로 적발된다. 경찰은 2021년 이 같은 처벌 상향 안을 대법원에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양형 기준이 바뀔 경우 2011년 공무집행방해죄 양형 기준 제정 이후 12년 만에 감경 양형 기준이 올라가게 된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공무집행방해 범죄는 4월 기준 3207건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5년간 최다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일선에서는 가벼운 처벌 탓에 공권력 행사가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지 오래다. 한국과 달리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경찰에 대한 상해가 이뤄지면 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초범이라 해도 징역 4년에 처할 수 있다. 상습범은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캐나다는 경찰의 생명에 위험을 준 경우 징역 14년을 선고할 수 있다. 경찰의 공무집행방해죄 처벌 강화 추진은 불법 집회 강경 대응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만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인식이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에서 경찰과 일부 시위대 간 몸싸움이 발생하면서 노조원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 체포돼 조사 중이다. 일부 노조원들이 ‘건설현장 폭력행위(건폭)’ 수사를 받다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간부 양모 씨의 분향소를 긴급 설치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불법’이라 규정하고 철거를 명령한 경찰과 충돌하면서다. 민주노총은 당초 이날 오후 8시까지 집회를 마친 뒤 경찰청으로 행진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고 최종 해산했다. 경찰이 불법 집회 ‘엄정 대응’을 선언하며 6년 만에 최루제 일종인 ‘캡사이신 분사기’를 현장에 배치하자 가두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강 대 강’ 대치가 우려돼 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의 강경 대응에 따라 시민단체와의 소송전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대법원 앞에서 노숙문화제를 열었다가 경찰에 강제 해산된 비정규직 노동단체는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규태·강한·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