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북 “시장 냉각 조짐 보여”
고위인사들 “6월 건너뛰고 인상”

6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일부 둔화하며 미 경제가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Fed가 6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Fed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대부분 지역에서 고용이 증가했으나, 이전 보고서보다는 그 속도가 느려졌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일부 지역의 기업들은 고용을 중단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등 시장이 냉각되는 조짐도 보인다”고 서술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물가는 보통 수준으로 올랐다”며 “많은 지역에서 물가 인상 속도가 느려졌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인 지역들은 향후 몇 달 동안 물가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지북은 오는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베이지북의 평가와 함께 Fed 고위인사들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 언급도 이어졌다. 차기 Fed 부의장에 지명된 필립 제퍼슨 Fed 이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금융부문 정책 과제 연례 콘퍼런스에서 6월 기준금리를 종전과 똑같이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제퍼슨 이사는 “다음 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유지한다는 결정이 나오더라도 우리가 이미 최종 금리에 도달했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면서 동결(pause)이 아니라 금리인상을 건너뛴다(skip)는 용어를 사용했다.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난 분명히 이번 회의에서 인상을 건너뛰는 것을 고려하는 진영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6월 동결 예상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6월은 (인상을) 건너뛰고, 향후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의 동결 예상은 33.4%에서 73.6%로 올랐다.

한편 미 경기 냉각 조짐과 중국 경제지표 부진 여파로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3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37달러(1.97%) 하락한 배럴당 68.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월 한 달 사이 유가는 11.32% 하락해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오는 4일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회의에서 추가 감산이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