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29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친 이슬람 정당 ‘자마트 에 이슬라미’ 소속 회원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진 앞에서 튀르키예 국기를 흔들며 축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재집권 하자마자 ‘힘겨루기’

바이든과의 당선축하 통화서
전투기 구매 의사 강조했지만
“스웨덴 나토 먼저 승인” 답변

푸틴 “친애하는 친구”밀착 과시
당선 후 리라화 가치 사상 최저

재집권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F-16 전투기 구매 의사를 다시 한 번 전달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제를 해결하라’고 응수해 21세기 오스만제국을 꿈꾸는 튀르키예와 서방 간 힘겨루기가 본격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에르도안과 통화해 (대통령 당선) 축하를 전했다”며 “그는 여전히 F-16에 대해 무언가 해결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는 그에게 우리는 스웨덴에 대한 거래를 원하고, 그 문제를 끝내자고 했다. 서로 다시 연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200억 달러(약 26조5000억 원) 규모의 F-16 전투기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미국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허용을 조건으로 달아놓은 상태다.

이에 종신 집권의 문을 연 에르도안 대통령과 서방의 ‘재선 허니문’ 기간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그의 재집권에 축하를 전하면서도 “EU와 터키 양측이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친애하는 친구”라며 밀착을 과시 중이다. ‘오스만제국 재건’을 꿈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동과 중앙아시아로의 영향 확대를 꾀하고 있어 서방과 상당한 마찰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선투표가 진행되던 지난 28일 이스탄불 위스퀴다르 구역 투표장에서 투표 후 환호하는 몇몇 지지자들에게 200리라(약 1만3000원) 지폐를 나눠주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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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 성공에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재선 확정 다음 날인 이날 오후 종가 기준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20.10리라였다. 올해 초보다 7%가량 오른 수치(리라화 가치 하락)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천연가스 무료 제공 등 포퓰리즘 정책을 살포한 데 따른 위기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달러당 26리라 또는 28리라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