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tvN ‘댄스가수 유랑단’을 이끄는 김완선(왼쪽부터),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는 1980∼2020년대 대한민국 솔로 여가수의 계보를 잇는다.

■ 리뷰톡 - tvN ‘댄스가수 유랑단’

‘경력 38년’ 맏언니 김완선부터
‘텐미닛’이효리·‘No.1’보아 등
당대 대표 솔로가수 다시 모여

‘아는 맛’이지만 보고픈 무대
진부한 기획은 풀어야 할 숙제

“행복한데 힘들고, 힘든데 행복하다.”(화사)

25일 처음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새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의 막내인 가수 화사의 이 한마디에는 김완선·엄정화·이효리·보아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3∼5분 안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독히 노력해야 하지만, 무대를 마친 후 느끼는 희열은 아는 사람만 안다. 무대를 준비하며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우리는 왜 하는 걸까?”라고 자문한 이효리는 “스태프들이 ‘언니, 오늘 그분 오셨어요?’라고 하듯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뭔가가 있다”고 자답했다. 이같이 신들린 무대는 대중이 ‘댄스가수 유랑단’을 반기는 이유다. 아울러 한 시대를 풍미한 그들의 노래를, 무대를 다시 한 번 만끽한다는 것은 추억을 곱씹을 기회다. 익히 아는, 뻔한 맛이지만 또 맛보고 싶어진다.

5명의 경력은 도합 129년. 1986년에 데뷔한 김완선이 38년 차 맏언니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순이다. 김완선이 솔로 여가수의 성공시대를 열었고 엄정화와 이효리는 1990∼2000년대를 풍미했다.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데뷔한 보아가 2000∼2010년대의 아이콘이라면, 화사는 2020년대의 얼굴이다. 그들이 대표곡으로 꼽은 ‘리듬 속의 그 춤을’ ‘배반의 장미’ ‘10 minutes’ ‘No.1’ ‘멍청이’는 제목만으로 멜로디와 퍼포먼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시대의 히트곡이다.

‘댄스가수 유랑단’은 지난 3월 LP 바에서 만난 다섯 멤버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원조 혼성그룹 잼의 ‘난 멈추지 않는다’를 들으며 이효리는 “우리 주제곡 같다. 잊어선 안 돼. 멈출 수 없다”고 유랑단의 출발 이유를 짚었고, ‘레트로’라는 시대의 트렌드가 그들의 전성기를 소환하는 상황에 대해 “시기를 잘 만난 것 같다”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는 어느덧 현재가 됐다. 누구든 10분 안에 유혹할 수 있다는 배짱을 노래한 ‘텐미닛’을 부르며 이효리는 예전처럼 카고바지에 슬리브리스 톱을 갖춰 입었다. “20년 전 거 입으려니 어렵다”고 엄살을 피웠지만, 그 복장과 무대는 이효리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각자가 기억하는 과거의 어느 한때로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다만 신선하지 않은 기획은 숙제로 남았다. 김태호 PD는 이미 MBC ‘놀면 뭐하니?’에서 엄정화·이효리·제시·화사와 프로젝트 걸그룹 환불원정대를 결성한 바 있다. 유사한 ‘센 언니’ 조합으로 방송 초반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기존 콘셉트의 답습에 그칠 경우 시청자들은 단박에 “진부하다”며 채널을 돌릴 정도로 야박하다. ‘댄스가수 유랑단’ 1회는 전국 시청률 3.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환불원정대가 처음 등장한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은 11%.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섬싱 뉴’(something new)가 필요하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