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정원 동결 규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참여하는 의정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국립대병원 노조 연대체 구성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료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국립대병원 정원을 동결한 기획재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의대 정원 확대’ 전문가 제언

“5년마다 수요파악 정원재검토
의사수 15만 명까지는 늘려야”

“정원 늘면 ‘의대 쏠림’도 우려
기존의대 증원…지역격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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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소아과 진료대란으로 의대 정원 확대 여론이 커진 가운데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한시적으로 매년 4000명 이상 의사를 배출해야 10년 후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만큼 정기적으로 의료 수요와 의사 수급 현황을 파악해 의대 정원을 재조정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증원한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으로 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의료체계를 왜곡하는 현상만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24일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발생하는 상당수 의료계 문제는 의사수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며 “10년간 한시적으로 매년 4000명씩 의사를 배출해야 10년 후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와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대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의사수 부족현상은 ‘의사 몸값 상승→수가인상→병원 원가 상승→의료비 증가 →의료 서비스 악화’라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일단 의사 공급을 늘려놓아야 필수의료로 갈 인력도 확보된다”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현 의사수의 0.3∼0.5%에 불과한 300∼500명 수준으로 늘리면 의사 부족현상과 의료 수요를 감당 못 한다”며 “현재 10만여 명인 의사를 일정기간 5만 명을 증원해 15만 명까지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2040년까지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데 2000년 의약분업 때 줄어든 351명을 복원하는 게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며 “5년마다 의료 수요를 파악해 의대 정원을 재검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증원된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방 공공의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수급 불균형은 의사 공급 부족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사안”이라며 “필수의료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필수 의료 분야 수가 인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가 인상과 재정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지방병원이 확보하기 힘든 전문의는 재정을 투입해 인건비를 보조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대입 입시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선 의대로의 이공계 인재 유출 폭이 커지고, 의대가 없는 지방대 위기도 부채질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3606명 중 225명이 등록 직후 휴학을 결정하고, 자퇴생 수가 2019년 97명에서 2022년 238명으로 꾸준히 증가한 것도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로 진학하기 위해 반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달 실시된 종로학원 설문조사에서 초·중 학부모 88.2%가 자녀의 이과 진학을 희망하고, 이 중 의학계열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49.7%에 이르는 등 의대 열풍은 전방위로 확산된 상태다. 특히 의대 신설보다 기존 의대 정원 증원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존 대도시·국립대 의대 중심 체제에서 지방·사립대와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남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소폭 늘어나도 결국 본질적인 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권도경·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