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총선앞 ‘돈 풀기’ 집중
21대 회기중 통과 무산 우려

나라 살림을 가늠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1분기에만 54조 원까지 불어나며 정부가 올해 예상한 적자 규모(58조 원)의 90%를 넘어서자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규율한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재정 상태 악화에도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돈 풀기’에 집중하면서 5월 임시국회 내 재정준칙 처리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20년 10월 정부의 재정준칙 법제화 방침 이후 재정준칙에 대한 도입 논의는 31개월 넘게 공회전하고 있다. 지난 15∼16일 2차례에 걸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어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을 심의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등에 연간 7조 원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 기본법 등에 밀리는 바람에 재정준칙 관련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재위원장인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양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기재위원들은 재정준칙 도입 사례를 살피기 위해 지난달 7박 9일간 프랑스·스페인·독일 등을 다녀왔으나, 재정건전성 확보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하고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14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재정준칙은 영국과 프랑스 등 105개국에서 운용하고 있고 선진국 33개국 중 우리나라만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만 도입 경험이 없다”고 강조했다.

관가에서는 자칫하면 21대 국회 임기 중 재정준칙 통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기재위 소위 처리가 불발되면서 재정준칙이 오는 22일 전체회의에서도 의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재정준칙과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법안이 뒤로 미뤄질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