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 골목 곳곳에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노숙 농성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윤성호 기자

건설노조 2만여명 광화문 점령
“열사정신 계승” 외치더니 술판
평일 퇴근시간 교통체증 극심

지난 16일 밤부터 17일 오전까지 서울 도심에 거대한 ‘야영장’이 등장했다. 전날 ‘건설노조 수사 중단’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며 1박 2일 상경 투쟁을 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2만여 명이 노숙에 나서면서다. 광화문 사거리 주요 광장과 인도에는 텐트와 돗자리를 펴고 노숙을 하는 이들로 가득 찼으며, 일부는 술판을 벌이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면서 출근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7일 오전 6시 30분쯤. 서울 중구 태평로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등 광화문 사거리 일대는 전날 집회 종료 후 집단 노숙을 하고 눕거나 쉬고 있는 2만여 명의 노조원들로 빽빽했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도 이들이 인도를 차지하면서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느껴야 했다.

전날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오후 12시 ‘양회동 열사 정신 계승 총파업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오후 5시까지 ‘총파업 상경 집회’를 진행하고, 지부별로 미리 정해둔 장소로 줄지어 이동해 노숙을 시작했다. 대체로 질서가 유지됐지만, 일부 참석자들의 일탈은 통제되지 못했다.

오후 8시가 넘어가자 이들은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청계천 일대, 광화문 사거리 인도 등에 돗자리와 장판을 깔고 음식을 먹었고, 일부는 술판을 벌였다. 이따금 노조 지휘부가 확성기로 “음주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했지만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곳곳에서 혀 꼬인 소리가 들렸다. 인근에서 사온 병소주·팩소주·막걸리가 길거리에 방치됐다. 마치 단체 야유회를 나와 모여 앉은 모습이었다. 청계천 곳곳에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흡연·음주·야영이 금지된다’는 안내 표지가 있었지만 무색했다. 서울광장에서는 노조원 일부가 소형 LPG 가스통으로 취사를 하거나 술을 마셨다. 오후 11시가 넘어가자 노상방뇨를 하는 참석자들이 생기면서 일부 골목에서는 지린내가 났다.

건설노조의 오후 집회 해산과 퇴근시간이 겹치면서 전날 퇴근 시간대 세종로는 심한 교통 체증을 앓았다. 16일 오후 6시 28분 택시를 이용해 용산구 한강로 삼각지역부터 광화문 사거리까지 4.7㎞를 이동해보니 보통 25분가량 걸리는 거리가 그의 약 2배인 46분이 소요됐다.

한편 경찰은 민주노총이 미신고된 야간 집회를 강행한 데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