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정부 출범 1년 - 사회분야 성과와 한계

‘69시간 근로’ 프레임에 갇히고
국민연금은 모수개혁 합의불발

윤석열 정부가 취임 첫해 야심 차게 추진한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은 여론에 민감한 사안이지만, 당위성에 급급해 디테일에 실패하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개혁의 시작인 근로시간 개편안부터 ‘주 최대 69시간 근로’ 프레임에 막히면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지지를 얻지 못해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교육, 연금 개혁 또한 학부모와 교사, 직장인 등 이해관계가 다른 국민의 반발이 예상돼 총선을 앞두고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10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노동개혁 중 근로시간 개편은 일부분이지만, 그게 전부인 것처럼 변질되면서 전체 개혁의 동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디테일한 개혁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하면서 정규직·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다른 개혁 사안까지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6일 만에 가진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노동개혁·교육개혁·연금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며 3대 개혁 과제를 전면에 내걸었다. 가장 먼저 추진된 것은 노동개혁이었지만 근로시간 개편안이 최악의 조건만을 가정한 ‘주 최대 69시간 근로’ 프레임에 막혔다. 고용노동부는 기존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해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주 최대 69시간 근로’에 대한 강한 반발이 일었고, 대통령이 직접 수정 지시를 내리며 개편안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교육개혁은 ‘만 5세 초등 입학’ 논란으로 6개월간 교육부 수장이 공백 사태를 겪으며, 지난해 말에야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 혁신 △대학 개혁 등 3대 핵심 과제를 설정했다. 연금개혁의 경우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 등을 예측하는 재정 추계는 도출됐으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보험료율 인상 폭 등 모수 개혁 방향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담론·당위를 설명하면 장관들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노동·교육·연금개혁은 우리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으로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 부처 외에 대통령이 직접 주도해 동력을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