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발표 나서는 공정위장 한기정(왼쪽)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한화·대우조선 합병 조건부 승인… 공정위 ‘시정조치’
군함수직계열화 경쟁봉쇄 우려
방사청 참여 관급시장 대상 제외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등에 군함 부품을 공급할 때 가격이나 기술 정보를 차별적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공정위가 방위산업 시장의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이더·항법장치 등 10종 안팎의 군함 부품을 독과점 생산하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해 군함용 무기·설비에서 함선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루면 군함 시장 내 경쟁을 봉쇄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공정위는 특히 경쟁 입찰 과정에서 고려되는 기술능력평가 등에서 계열회사에 차별성을 부여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재 방위사업청의 함정 입찰 평가 기준은 기술능력평가 80%와 가격평가 20%로 구분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한화가 함정 부품의 견적가격을 대우조선과 HD현대중공업 등 경쟁사들에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한화가 거래 과정에서 취득한 경쟁사들의 정보를 부당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도 시정조치에 담겼다.
공정위는 유일한 군함 수요자인 방위사업청을 통해 한화와 대우조선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감시와 제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방위사업청이 직접 함정 부품을 구매하지 않고, 함정업체가 매입하는 도급의 경우 감독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방위사업청이 참여하는 관급시장만 시정조치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번 기업결합은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경쟁제한 효과에서도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의 사례”라며 “향후 방위산업 등 국가기관의 규제가 존재하는 시장에도 경쟁 여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심사를 충실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공정 경쟁을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데 대해 안도감을 나타냈다.
전세원·이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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