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사건으로 역대 최대 금액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세계 2위 담배업체 영국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25일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인 6억3524만 달러(약 8504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날 양국의 사이버 분야 첫 동시 제재에 이어 미국이 이틀 연속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조처로 분석됐다.

미 법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BAT가 2007∼2017년 자회사 BAT마케팅싱가포르(BATMS)와 함께 북한에 담배를 판매하고 수익금 등을 미 금융망을 이용해 송금한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BAT는 2005년 북한에 비밀리에 담배공장을 운영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2007년 더는 북한 담배 판매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제3자 회사 등을 통해 사업을 계속했다. 당시 거래에 여러 위장 회사가 동원됐고 담배 판매대금만 4억15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제재 대상인 조선광선은행, 조선무역은행 등이 내세운 중국계 위장회사와 거래를 했고 미국 달러 사용으로 미 금융사들도 간접적으로 제재 대상 은행과 연루되는 피해를 입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수년간 BAT는 북한이 담배 제조 사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협력했으며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확산 네트워크와 연결된 금융 조력자들에게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매슈 올슨 법무부 차관보는 “법무부 역사상 단일 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대북 제재 벌금이며 미국의 제재를 위반할 경우 치를 대가에 대한 최신 경고”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북한에 담배를 판매하는 사업을 공모한 북한 국적자 심현섭(39)과 중국 국적자 친궈밍(60), 한린린(41) 등 개인 3명을 기소하고 이들을 체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경우 포상금 50만∼500만 달러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서를 위조해 미국 은행을 속이는 수법으로 최소 310회에 걸쳐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BAT 역시 이날 미 법무부와 해외자산통제실(OFAC)에 벌금 6억3524만 달러와 이자를 납부한다고 발표했다. BAT는 벌금 납부를 통해 미 법무부와 기소유예에 합의하고, OFAC와도 민사 합의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잭 볼스 BAT CEO는 “과거 사업활동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