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이용하는 한 스터디카페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연합뉴스

■ 無人시스템 사고 무방비

“자동문 닫혔는데 관리자 없어
가족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와”

비거주 ‘공간임대업’으로 분류
교육부·소방청 관리 대상 제외

“4∼5월 중간고사 기간 스터디카페로 새벽까지 학생들 몰리는데… 사실상 각종 사건·사고 발생에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어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으로 ‘대목’을 맞은 스터디카페에서 최근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실상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공간 임대업’으로 분류돼 신고만 하면 개업할 수 있고 교육 당국도 감독하지 않는 데다,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는 밤 시간대의 경우 대부분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돼 자칫 안전사고 발생 시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오후 11시까지 공부하던 중학생 A 양은 옆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달라는 아르바이트생의 요청에 따라 이동했다가 해당 건물 관리업체 직원으로부터 폭언·위협을 당했다. 학생은 “당시 스터디카페 내부에 실질적인 안전관리 책임자가 없어 큰 불안을 느꼈다”며 “업체 요청으로 발생한 일임에도 충분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 B 군은 다른 스터디카페를 이용했다가 한밤중 실내 화재로 자동문이 닫혀서 갇혀 있던 경험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당시 따로 상주하는 관리자가 없어 내부에 있던 학생 여럿이 적혀 있던 점주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한밤중이었던 탓에 바로 연락이 되지 않아 저마다 가족들에게 긴급히 도움을 요청해 빠져나올 수 있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대치역을 중심으로 반경 1.5㎞ 이내 45개 안팎의 스터디카페가 검색될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학원 수업 후 스터디카페를 가지 않는 학생을 찾는 게 더 힘들다”며 “학원에서 일종의 파생 상품으로 인근에 스터디카페를 내고 불법 심야 교습을 하는 등 이젠 완전히 보편화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낮에는 단순 아르바이트가 근무하고, 오후 9∼11시 이후에는 키오스크 등을 이용한 무인 시설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주 이용자가 학생층임에도 각종 사건·사고에 대비한 인력 상주, 안전 시스템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스터디카페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으로 등록돼 있어 신고만 하면 개업할 수 있고 얼마나 늘어났는지 가늠할 수 있는 별도의 통계도 없다. 독서실이 아니다 보니 교육부 및 교육청의 관리 감독 대상이 아니고 학원법에 의해서도 일정 시설 및 환경 기준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하층 운영이 자유롭고 소방시설 등 엄격한 안전설비 설치 의무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다. 소방청 등의 별도 관리 감독을 받는 다중이용업소로도 아직 정식 분류되지 않은 상태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각종 편법 운영이 가능한 신종 스터디카페의 업태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은 무작정 방치돼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이에 스터디카페의 시장 규모는 점점 확대되고 학생의 안전권·건강권이 침해당할 소지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