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재연, 심상지도, 130×130×5㎝, 혼합재료, 2015.

이재언 미술평론가

고독한 창작의 길이 예술이라지만,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없이는 작품이 빛을 온전히 발하기 어렵다. ‘백아’의 고사가 참고할 만하다. 거문고를 잘 타는 백아가 자기 연주를 잘 이해하고 감상해주던 친구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었다 해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 한다. 마음이 잘 통하는, 지음(知音)의 교감은 예술가에게 최고의 보람이다. 작가 박재연이 지독한 고립과 단절 속에 놓여 있던 자아를 무대 위로 올린 것은 작가에게 하나의 사건이다. 자신의 심연에 상처나 콤플렉스가 옹이처럼 박혀 있는 장면들을 표현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무의식의 심연은 단단하고 황량하게 굳어졌다. 내면에 옹이들은 장애물일 수도 있고, 또한 창조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풍경이 과거 시제라는 점이다.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라’ 했던가. 자신의 숨기고 싶은 상처나 약점을 드러내는 순간 자아는 자유로워진다. 내면의 대지에 뿌리들이 뻗고 있다. 돌의 무게를 이겨내며 영위해가는 생명의 표상이다. 저 옹이들이 돌로 읽힐지, 사리로 읽힐지는 관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