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손실땐 발행자 책임 골자
미·영 등에 영향 미칠지 주목

유럽연합(EU)의회가 가상화폐를 규제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포괄적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상화폐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가상화폐 발행자와 거래자 모두에게 책임을 부과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단 계획이다. 오는 2024년부터 시작될 예정으로 미국과 영국 등 규제 논의가 활발한 여타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일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EU 의회는 이날 찬성 517표, 반대 38표로 가상화폐시장법(MiCA)을 가결했다. 가상화폐 자산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법으로, 투자자가 가상 자산을 잃을 경우 제공자가 책임을 지게끔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자금 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화폐 업체들이 송금인과 수령인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식별토록 하는 별도 법안도 찬성 529표, 반대 29표로 통과됐다. EU 의회는 성명을 내고 “(법안 통과로) 가상화폐 발행자와 거래자에게 거래의 투명성, 공개, 허가, 감독과 관련해 여러 요구사항을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 시행에 따라 가상화폐 플랫폼 운영 실태가 상당수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먼저 가상화폐 플랫폼은 운영 상황에 위험 요소가 발생하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신규 코인 판매도 규제 대상이 된다. 또 투자자들의 대량 인출에 대비해 USDC 등과 같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충분한 준비금도 필요하다. 또 스테이블코인의 하루 거래액은 2억 유로(약 2905억 원)로 제한된다. 유럽증권시장국(ESMA)의 권한은 강화된다. ESMA는 가상화폐 플랫폼이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금융 안정성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직접 개입해 플랫폼을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다.

가상화폐 산업 규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블록체인 기업 리플의 앤드루 휘트워스 유럽·중동·아프리카 정책 책임자는 CNBC에 “전 세계 가상화폐 산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