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19일 보도된 이번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관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필요 시 군사적 지원 제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제공

尹, 외신 인터뷰에서 러·우크라 전쟁 관해
“러의 민간인 대규모 공격·학살 등의 경우
인도주의·재정적 지원만 주장하기 어려워”
美전문가들 “미국·나토 국가들 지지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피해 발생 시 우크라이나 측에 군사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미국 측 전문가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러시아의 보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재정적 지원을 넘어 군수품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보고 놀랐다”며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그러한 결정을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필요한 군수품을 한국이 많이 비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다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큰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중추 국가’를 향한 윤 대통령의 열망과 매우 일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렌스 로리그 미 해군전쟁대학 교수도 이날 VOA에 윤 대통령의 입장에 관해 “다소 놀랐다”며 “(이전까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입장이 꽤 견고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리그 교수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탄약 수급에 나서고 있는 서방 진영의 상황을 감안한 듯 “미국뿐 아니라 나토 국가들이 막후에서 한국에 대해 포탄을 제공할 것을 더욱 강력하게 설득했을 수 있다”고 분석하며 “한국의 무기 산업은 매우 효율적이고 널리 인정을 받고 있으며, 좋은 재료로 좋은 품질의 포탄을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관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필요 시 군사적 지원 제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전까지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거절하고 인도적 지원만 해 왔다.

이에 러시아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한·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에 관해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 입장을 취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간의) 분쟁에 대한 일정 정도의 개입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제 한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이뤄지면 러시아가 한국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로리그 교수는 러시아도 한국에 보복하는 데 스스로 제한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래에 한국과의 경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며 “한국의 행동에 대응해 러시아가 한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는데 제약을 느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러시아가 한국에 대해 직접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는 대신 북한에 무기나 미사일 기술 등을 제공하는 간접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도 로리그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만한 재래식 무기는 이미 여유분이 없다며 첨단 기술 제공에도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