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건강검진 주기 단축 등의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한 14일 오전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의미의 ‘한 번만 더’ 동상이 설치돼 있다. 박윤슬 기자

■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 확정

2025년 20~34세 우선 도입
자살유발정보 전담조직 신설

2021년 10만명 당 26.0명
2027년 18.2명으로 감축
“OECD 1위 불명예 벗는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위험 신호를 빨리 포착하기 위해 오는 2025년부터 정신건강검진이 신체건강검진처럼 2년마다 실시된다. 자살 동반자 모집 등 자살 유발 정보 모니터링을 위한 전담 조직이 확충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생명존중 안심마을도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을 2021년 26.0명에서 2027년까지 18.2명으로 3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자살률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역사회 생명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정신건강검진의 빈도와 범위를 확대한다. 현재 20∼70대를 대상으로 10년마다 이뤄지는 정신건강검진을 신체건강검진 주기와 동일하게 2년마다 실시한다. 검사질환은 우울증 외에도 조현병과 조울증 등으로 넓힌다. 검진 결과 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정신건강의학과 등으로 연계해 조기에 진단,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 빠르면 2025년부터 청년층(20∼34세)에 우선 도입할 예정이며 추후 연령층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자살 유발 정보 모니터링 전담 인력과 조직도 갖춘다. 자살 동반자 모집, 구체적인 자살 방법 등 자살 유발 정보는 그동안 자원봉사자들이 모니터링했지만, 실시간 대응이 어렵고 게시글 삭제 요청 외에 한계점이 많았다. 앞으로는 전담 조직이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신고·긴급구조·수사 의뢰까지 즉각 대응한다. 전국 17개 시도에 생명존중 안심마을을 만들어 맞춤형 자살예방사업도 추진한다. 청소년이 많은 신도시, 노인이 많은 농촌, 아파트 밀집 지역 등 지역과 주거 특성이 반영된다.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고 전문기관으로 연계해주는 생명 지킴이를 양성하고, 주민 동아리를 구성해 자살 예방 활동을 하게 된다. 자살 시도자와 유족에 대한 사후 관리도 강화해, 이들 정보를 자살예방센터로 연계해 상담과 치료를 지원한다. 또 약물중독으로 인한 자살이 증가하고 있어, 진정제와 수면제 등 새로운 자살 수단을 자살 위해 물건으로 지정하고 자살 유발을 목적으로 판매·활용 정보 유통 시 형사 처벌한다.

이번 계획의 목표는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줄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란 오명을 벗는 것이다. 한국 자살률은 2021년 기준 26.0명(자살 사망자 수 1만3352명)이며, 연령 표준화를 적용한 OECD 기준을 적용해도 23.6명으로, OECD 평균(10.9명)의 두 배 이상이다. 자살 원인은 정신적 문제(39.8%), 경제생활 문제(24.2%), 육체적 질병 문제(17.7%) 순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