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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부장

‘좌파’에 대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치개입은 ‘개딸’보다 강하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로 시작하는 변영로의 시 ‘논개’의 첫 구절을 전광훈 목사의 입장에서 대입하면 아마도 이럴 것이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광화문 우파’의 상징이 된 전 목사의 폭주가 점입가경이다. 그가 창당한 자유통일당의 당원 숫자가 14만8000명,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46만 명, 광화문 집회동원력 3만∼4만 명이라고 하니 여당쯤이야 쉽게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마치 군사작전을 연상시키는 ‘국민의힘 점령운동’을 벌였다.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 통일했다”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은 전 목사 지지 세력 표가 전대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그 ‘조직력’을 실감했다는 감사의 인사말이었을 것이다.

전 목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여당 위의 존재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회견에서 “정치인은 권력을 갖기 때문에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정치인은) 자기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정치인은) 미국처럼 종교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술 더 떠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개입 근거로 기독교의 대한민국에 대한 기여를 열거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 교회는 137년 전에 이 땅에 들어와 잠자는 민족을 깨웠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도 교회가 지켜냈다는 그의 말도 맞는다. 그런데 언제부터 한국의 기독교가 그에게 대표 자격을 부여했던가. 상·하원에 담임목사를 두고 있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고, 기독교 국가도 아니다. 혹자는 그가 이미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2019년 10월 청와대 집회)라고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말이 새삼 놀랍지도 않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도 전 목사 ‘손절’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정치인이 어떤 특정 목회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건 궤변”이라며 “앞으로 이런 터무니없는 언행으로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전날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목사 손아귀에 움직여지는 당이 돼서는 안 된다”는 발언이 나왔다.

전 목사는 “다음 돌아오는 총선에서 (국민의힘) 200석 서포트(지원)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라고 했다. 현실이 그런가. 7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 목사 이슈 등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한 달 새 7%포인트 떨어진 32%였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빠진 더불어민주당(33%)보다도 낮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목사의 득세는 주요 선거에서 여당이 판판이 패했던 2018∼2020년의 ‘다키스트 아워’를 불러내고 있다”고 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 확보 싸움이다. 민주당은 ‘개딸’, 국민의힘은 전 목사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