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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회귀’하는 축소지향의 여당… 대통령만 바라보는 ‘尹수답 정치’

허민 전임 기자
허민 전임 기자
  • 입력 2023-04-11 09:20
  • 수정 2023-04-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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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여당, 이유 있는 추락

청년은 외면, 중도는 이반, 보수는 각자도생… 극우 발호 방치도 與 축소지향에 한몫
현 집권당 체제론 총선 패배 우려 높아… 중도 견인 정치혁신, 다양성 살릴 공천혁신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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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는 총선을 앞둔 집권세력의 위기, 민심이 떠나는 여권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다. 내년 22대 총선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야당 승리’(50%)가 ‘여당 승리’(36%)를 훨씬 앞섰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3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청년은 외면하고 중도는 떠나고 보수는 지리멸렬하다. 변변한 전략 지도 하나 없는 여당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본다. 집권 1년도 안 된 정권, 취임 한 달밖에 안 된 당 대표가 이끄는 여당이 축소지향을 거듭하면서 ‘다키스트 아워’를 맞이하는 형국이다.

◇천수답 정치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기현 대표 안에 김기현이 없다’는 말이 나돈다. 머릿속에 용산만, 마음속에 ‘윤심’만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불과 한 달 전 전당대회에서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연합과 포용·탕평의 당직 인선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드러난 결과를 보면 연포탕 안에 연·포·탕은 없었다.

당정일체·일사불란 논란 속에 집권당이 대통령 직할 체제, 여의도출장소가 됐다는 자조와 비아냥이 쏟아진다. 천수답 시절 농부가 하늘의 비만 기다리듯, 집권당은 대통령의 오더만 기다리는 ‘윤수답’ 정치를 하는 중이다.

갤럽의 여당 지지율은 32%였다. 3월 첫 주와 비교하면 한 달 새 7%포인트나 떨어졌다. 집권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지난 5일 재·보선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텃밭 울산의 교육감 선거에서도, ‘울산의 강남’으로 불렸던 낙승 예상지 남구 구의원 선거에서도 졌다. 울산은 김기현 대표를 5선 의원에 광역단체장까지 만들어줬던 곳이자, 대통령 최측근이며 여당 전략기획 부총장인 박성민 의원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규모가 작든 크든 재·보선은 다음 선거의 축도(縮圖)다. 사실 내년 총선 승리가 가장 절박한 쪽은 윤 대통령일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 진보 절대 우위의 정치 지형을 재편성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총선 승리가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 안에는 그런 절박성이 보이질 않는다. 마땅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들이 너무 태연하다. 내부에 역동성도, 민감성도, 대응성도 없는 이런 모습이 집권당의 가장 큰 문제점일 수도 있다. 절박함이 없으니 미래 전략 지도가 나올 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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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지향의 여권

불과 한 달 전 전당대회를 치른 여당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마디로 당내 민주주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집권당에 다양성이 사라지고 극우 회귀 경향이 보이면서, 중도와 청년이 멀어졌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년 전 대선에서 0.73%포인트 간발의 차로 이겼다. 중도 지향 안철수와의 대선 후보 단일화에 힘입어 어렵게 일군 승리다. 여권의 최우선 과제는 말할 나위 없이 중도 확장이다. ‘보수 30-중도보수 20-중도진보 20-진보 30’으로 짜인 유권자 지형에서 중도 40%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에 선거의 승패가 결정된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여당은 중도 확장을 위한 중원 전략을 포기하고 바둑판의 우상귀 포석에만 집착하는 형국이다.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배척하고, 껄끄럽다고 잘라내면서 축소지향의 전대를 치른 집권당에 ‘컨벤션 효과’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젊은층과 중도층이 대거 빠져나갔다. 20대의 경우 윤 정부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출범 때 45%였는데 1년 만에 16%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판에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마저 대구 출신이 뽑히면서 당 대표(울산), 정책위의장(경남) 등 당 지도부가 친윤·영남 일색이 됐다.

여권의 축소지향에는 극우의 발호도 한몫했다. 한 예가 전광훈 목사 파동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통화에서 “전 목사의 득세는 주요 선거에서 여당이 판판이 패했던 2018~2020년의 ‘다키스트 아워’를 불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권의 선거전략가 A 씨도 “전 목사 지지 세력 표가 전대 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분석했다.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도 본질은 설화가 아니라 여러 고려 속에서 나온 감사 발언이라는 것이다. A 씨는 “여권 일부가 ‘아스팔트 우파를 통일한 전 목사와 함께 총선 200석을 획득하자’는 주술에 걸린 듯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에서 배우는 것

여당 내부에서는 현재의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 하는 걱정이 생겨났다. 전략통으로 불리는 B 씨는 “김 대표가 취임 한 달 동안 리더십도, 조직 장악력도, 조율된 메시지 능력도 보이지 못했다”고 평했다. B 씨는 “전대가 끝난 후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위험 신호”라면서 “이대로 가면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여권 내부의 역학 구도나 야당과의 길항 관계가 변수로 작용하긴 했지만, 중도층의 선택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문화일보 4월 10일자 5면 참조).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실시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던 건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치러진 ‘허니문’ 선거여서 중도층의 정권심판론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여당이 153석, 민주당이 81석이었다. 이 정부 말기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여권 내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강력한 당정분리 속에서도 경제민주화 등 공약으로 중도 민심을 포섭해 152석을 일궈냈고, 127석에 그친 제1야당을 제압했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친박-비박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 속에서 중도 민심을 잃은 여당이 122석을 얻는 데 그쳐, 제1야당에 1석 차이로 패했다. 이는 박근혜 탄핵의 도화선이 된다. 이후 중도가 떠난 보수당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패한 데 이어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대패함으로써 ‘다키스트 아워’를 맞았다.

역대 총선으로부터 얻는 확실한 교훈 중 하나는 중도의 선택이 선거를 가른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집권당이 돌아선 민심을 어떻게 회복해 중도를 견인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관건은 공천혁신

여권이 내놓을 수 있는 위기 대책의 핵심은 혁신이다. 청년과 중도를 견인할 정치혁신, 선거에서 이길 공천혁신이 답이다. 검사 일색, 친윤 일색 공천으론 안 된다. B 씨는 “집권당 내에 다양성이 숨 쉴 룸을 만들어줘야 외연 확장도 되고 중도를 끌어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다키스트 아워’는 2차 대전 당시 프랑스에 있던 영국군이 독일의 포위를 당해 전멸 위기에 놓인 상황을 그린 전쟁 영화. 위기 극복을 위한 지도자의 결정과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줌.

‘컨벤션 효과’는 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 하지만 이벤트 이후로도 비전을 못 보이거나 통합에 실패해 분열로 이어지는 경우 지지율이 낮아지는 역(逆)컨벤션 효과가 일어나기도 함.

■ 세줄요약

천수답 정치 : 과거 천수답 시절 농부가 하늘의 비만 기다리듯, 집권당은 윤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윤수답’ 정치를 하는 중. 정국의 축도(縮圖)인 재·보선에서 참패했지만 반성도 절박함도 없는 게 집권당 현주소.

축소지향의 여권 : 집권세력 내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외연 확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극우 회귀 경향 강해져. 이에 청년·중도층이 돌아서면서 국정·당 지지율 하락. 극우세력 발호 조장·방치도 與 축소지향에 한몫.

관건은 공천혁신 : 현 체제로는 보수당의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우려 많아.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은 중도의 선택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 청년과 중도를 견인해낼 정치혁신, 선거에서 이길 공천혁신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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