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국민 6000명 설문조사 추진
공짜야근 논란 포괄임금제 손질도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의 장기 휴가 법제화 검토는 소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제기된 “장기 휴가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이 많을 때 몰아서 하는 대신, 연장근로 시간을 모아 떠나는 장기 휴가를 법으로 못 박아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1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주제로 당·정·대 조찬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노동자가 불안하고 의심하지 않는 근로시간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오늘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의 장기 휴가와 포괄임금제 오남용의 법제화를 거론했다. 근로 현장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이 집중됐던 제도를 우선 보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당초 일이 몰릴 때 최대 주 69시간까지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적을 때 장기휴가를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를 발표했다가 노동 현장의 반발에 휩싸였다.

연차도 제대로 쓰기 힘든 한국 기업문화에서 장기 휴가는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노동계와 MZ세대 사이에서 불거졌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세대가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간담회에서도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지난달 며칠 더 일했으니까 3일 더 쉬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기업문화가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고, 걱정이 많다는 것을 대통령께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정부는 법제화보다는 노사문화 개선, 현장 감독 강화에 무게를 뒀으나 현장 반발이 줄어들지 않자 법제화 검토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도 추가 입법을 통해 보완할 방침이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수당을 미리 정해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현장에선 공짜 야근을 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악용사례를 어떻게 보완할지 방법을 찾아 추가 입법하는 형태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고 데이터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