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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17일의 일본 방문을 통해 그동안 틀어져 있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켰다. 윤 대통령의 방일 전까지 한·일 관계는 최악이었다. 일본은 지난 2018년 10월 이후 한국과 일체의 공식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다. 주일 한국대사가 새로 부임해도 총리는커녕 외무상도 만나주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인은 일본이 왜 저토록 차갑고 단호하게 한국을 거부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 한 방으로 일본은 대화를 재개했고, 나아가 미래를 함께 열어갈 공동 사업도 약속했다. 이 자체만 보면 누가 봐도 윤 대통령은 커다란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여론은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국민은 비판적으로 보는 듯하다. 심지어 야권에서는 제2의 ‘을사조약’이니 ‘굴종외교’니 하며 극단적으로 매도한다. 여기에 동조하는 시민도 있다. 왜 이러는 것일까? 대다수가 한·일 간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먼저 양보하고 사과해야 하는 건 일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데 윤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양보하는 행보를 했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3자 변제를 하도록 했다. 일본 기업이나 정부는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지만! 국민의 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국민은 우리나라가 먼저 양보하면서까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윤 대통령의 행보에 자존심이 상하고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한·일 양국의 관계를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왜 윤 대통령이 먼저 양보해야 했는가? 윤 대통령을 비난하기 전에 왜 한·일 관계가 파탄 직전까지 가게 됐던지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2018년 10∼12월 한·일 관계가 파탄 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필자는 일본에서 연구년을 지내면서 직접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그해 10월, 김명수 대법원은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은 이것을 1965년 한일협정과 국교정상화를 뒤엎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일본이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한국 측이 먼저 원상회복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양국 관계의 정상화는 없다고 단정했다.

여기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이, 지난 2015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합의해 만든 ‘화해치유재단’을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산시킨 사건이다. 일본은 모욕당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곧이어 한국 구축함이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 구조 활동 중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照射)했다고 일본인들은 믿었다. 그런데 한국은 그 사실을 부인했다. 이때 대다수 일본인은 한국에 등을 돌렸고,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양심적 일본인’들조차도 싸늘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 국제 정세로 보아 한·일 관계의 복원은 우리에게 필수다.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양보해야 했다. 이런 상황은 모두 직전 문 정부가 만들었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문 전 대통령이다. 필자가 아는 일본인들은 한번 마음이 상하면 뒤끝이 있고 오래간다. 윤 대통령이 한 번의 방일로 대다수 일본인의 마음까지 되돌려 놓은 것은 큰 성과다. 그런데 돌팔매질을 한다. 윤 대통령으로선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