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차 공판에 출석하면서 피격 공무원 유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서훈·박지원·서욱 등 출석
檢 “정치적 목적이 빚은 사건”
피고측 “은폐불가” 혐의 부인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고 허위 문서를 작성해 ‘월북 몰이’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수감 중) 등에 대한 24일 첫 재판에서 “정부에 대한 비난이 예상돼 이 사건을 은폐할 필요가 있었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은폐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월북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당시 첩보에 따라 정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 전 실장 등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 첫 공판에서 “정부는 우리 국민의 북한 표류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도 어떠한 구조 지시도 하지 않았다”면서 “외려 자진 월북으로 조작해 정부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사용했던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가 생각나는 부분이라고도 꼬집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공모해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쯤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할 것을 논의하고 해경 등 일선에 보안 유지를 지시한 뒤 관련 첩보를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또, 첩보 일부만 발췌해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허위 발표한 혐의도 제기했다.

서 전 실장 등 피고인들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장관회의 당시 국방부 직원 등 수백 명이 이 사실을 알고 있어 은폐가 불가능했다”면서 “안보실은 취합된 정보를 바탕으로 실체적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했으며, 당시 발표된 내용이 검찰 측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허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가정보원장 비서실장 측은 “지시를 받는 입장이라 공모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한편, 이날 법원에선 출석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보수 성향의 유튜버 수 명이 둘러싸고 “간첩이다”고 고성을 지르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고 이대준 씨의 유가족들은 재판 시작 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이 없도록 공정하고 냉철한 재판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