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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청년들의 노동 일과 영상
취업난·경제 불황속 자극제로
2주만에 300만 조회 넘기기도
“富 자랑·플렉스 콘텐츠 대신
성실한 모습보며 자기반성해”


경기 용인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승희(28) 씨는 최근 짬을 내 ‘막노동’ 유튜브 콘텐츠를 즐겨보고 있다. 막노동 종사자들이 일과를 찍어 올린 이 영상에는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막노동 과정과 점심·휴식시간 등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김 씨는 “혼자 취업 준비를 하면 우울하고 처지는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가 막노동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도 받고, 얼른 취업해 첫 월급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막노동’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명품 하울’(명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품평하는 것),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값비싼 호텔에서 보내는 휴가를 일컫는 합성어) 등 기존의 부 자랑 콘텐츠를 뒤로하고, 치열한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동년배의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고 있다. 취업난·경제 불황 등의 상황에서 노동의 의미를 되찾고자 하는 MZ세대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21일 나온다.

특히 34세 여성의 막노동 과정이 담긴 영상이 MZ세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얻은 빚 19억 원을 갚기 위해 막노동을 한다며 지난 5일 업로드 된 이 영상은 2주 만에 300만 조회 수를 넘기고 5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또 공장생산직에 3년째 근무 중인 22세 유튜버가 지난달 18일 ‘#노동의 가치’라는 태그와 함께 올린 영상도 100만 조회 수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이 외에도 ‘생존일기’ ‘빚청산 브이로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막노동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노동 가치를 되찾으려는 MZ세대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세대는 자신의 노동에 무력감을 느끼며 한탕주의·플렉스 등을 즐겨왔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동 가치를 되찾고 싶다는 욕구도 강하다. 이들은 막노동 콘텐츠를 통해 성실하게 땀 흘리는 노동과 이를 통해 번 돈의 가치를 되새기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보다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 있는 사람이 긍정적인 태도로 성실히 노동하는 모습을 보면 불안이 해소되고 용기와 자극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