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더 글로리’ 학폭가해자 3인방 이야기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파트2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손가락질을 받을 때마다 작품 밖에서 인기가 상승하던 가해자 무리는 남았다. 차진 욕설을 살벌하게 구사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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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끝까지 미워하게 만들고 싶었죠”

“세상 사람들이 끝까지 저를 미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임지연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더 글로리2)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가 연기한 연진은 학폭 가해자 중에서도 우두머리 격이다. 도무지 반성이 없고, 악행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더 글로리2’가 공개된 지 딱 일주일이 되던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지연은 “작가님이 첫 미팅 때 ‘연진에게 어떤 미화와 서사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저도 무조건 동의했다”면서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을 가진 사람을 원하셨다. 저는 무엇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끝까지 미움받는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뉘우침 없는 연진은 극 막바지에 처절하게 무너졌다. 학폭 피해자인 동은의 의도대로 그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감옥에 갇힌 연진은 감방 죄수들의 노리개가 됐다. 그가 학창 시절 행했던 가해를 고스란히 돌려받게 된 셈이다. 이런 결말에 대해 “연진이에게는 죽음보다 큰 최고의 벌”이라고 운을 뗀 임지연은 “대본이 나온 순간부터 몇 달간 준비한 장면인데, 촬영하며 많이 울었다. 연진이를 연기한 배우로서 저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나 보다”라고 털어놓았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가 공개된 후 본의 아니게 ‘연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학폭 가해자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임지연은 “‘연진이’의 이름이 그렇게 자주 불릴 줄 몰랐다. 제가 안 나오는 장면에서도 다른 배우들이 ‘연진아’라고 불러서 제 출연 분량이 늘어난 것 같아 감사하다”면서 “집에서 엄마조차 ‘연진아’라고 부르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지연은 이 작품을 통해 데뷔 이후 연기력에 대한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다. 독살스럽게 내뱉는 욕설과 이죽거리는 연기가 돋보였다. “애드리브가 허용되지 않아, 대사 그대로를 더 자연스럽게 전달하려 노력했다”는 임지연은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던 순간도 있었는데 ‘더 글로리’가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제가 가진 집요함과 끈기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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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기 보상받은 기분… 사라는 선물”

“지하철 한 칸에서 전부 ‘더 글로리’를 보고 있더군요.”

학폭 가해자 중 한 명인 사라 역을 맡은 배우 김히어라는 “‘더 글로리’의 인기를 체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 글로리2’가 글로벌 흥행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하던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히어라는 “뒷모습만 보고도 저를 알아보고 쫓아와서 인사하는 분이 계셨다. ‘정말 다 보는구나’ 싶더라”면서 “제가 연기를 허투루 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지난 10년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김히어라가 연기한 사라는 목사의 딸이지만 약물에 취해 사는 마약중독자다. 항상 나른한 표정과 초점 없는 눈으로 느릿느릿 욕설을 내뱉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소름이 돋는다. 뱀이 그의 몸을 훑는 환각을 보는 장면은 실제 거대한 뱀과 촬영했다. “욕이 입에 딱딱 붙더라”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대본에 충실했을 뿐이다. 저보다 연기 경력이 많은, 훈련된 뱀이 제 눈앞에서 혀를 날름거리니 저절로 대사가 나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더 글로리’는 김히어라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친언니는 울면서 ‘단언컨대 최고의 발견’이라는 네티즌의 댓글 반응을 전해줬고, 학창 시절 그의 모습을 아는 친구들은 “네게 이런 퇴폐적인 매력이 있는지 몰랐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런 선물을 가져다 준 사라를 보내며 김히어라에게 마지막 인사를 부탁했다.

“사라야, 정신 차리고 약을 끊어라. 그리고 그동안 네가 했던 일에 사과하고 책임을 져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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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좇지만… 최대한 가볍게 보이려 애써”

“혜정이는 허영과 욕망에 중독된 아이였어요.”

배우 차주영은 자신이 연기한 최혜정이라는 인물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혜정은 학폭 가해자 무리 안에서 독특한 입장을 가진 인물이다. 동은의 입장에서는 가해자다. 하지만 그 역시 더 큰 힘을 가진 박연진, 전재준 등에게 무시를 당하며 학폭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그 무리 안에서 눈치를 본다. 실제 학폭 가해자 무리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류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주영은 “혜정은 가해자인 동시에 연진과 사라에게 구박과 멸시를 당하는 인물이다. 그런 무리 속에서 피해를 입는 모습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위해 또 다른 학폭을 일삼은 명백한 가해자”라고 정의했다.

차주영이 스튜어디스로 일하는 혜정에게 빙의된 듯 내뱉는 대사는 화제를 모았다. “완벽하게 계급이 존재하는 곳이 어딘지 알아? 비행기 안이야.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 그 사이엔 달랑 커튼 하난데 아무도 그걸 못 넘어.” 이런 계급론은 더 높은 계급으로 상승하기 위해 끊임없이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혜정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강화한다. 차주영은 “혜정이 최대한 가볍게 보이길 바랐다. 언제든 필요에 따라 배신할 준비가 된 인물이었다”면서 “오로지 욕망을 좇는 영악하지만 단순한 인물로 그리려 했다. 촬영이 끝난 후 김은숙 작가님이 ‘혜정이를 귀엽게 잘 만들어줬다’고 칭찬해주셔서 너무 기뻤다”고 털어놓았다.

차주영은 ‘더 글로리’에서 파격적인 노출 연기에도 도전했다. 공개 직후 이 장면이 화제를 모으며 숱한 기사가 쏟아졌고, 촬영 중 대역 배우가 참여하고 일부 장면에서는 컴퓨터그래픽(CG)이 쓰였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혜정이는 ‘수술한 글래머’라는 설명이 붙은 캐릭터였죠. 외적으로 이런 모습을 만들기 위해 체중을 5∼6㎏가량 불렸어요. 설정상 ‘가슴 수술한 인물’이기 때문에 CG 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혜정이라는 인물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분명히 필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촬영했죠.”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