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 청사진을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용인·대전·광주·창원 등 전국에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지어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미래차·로봇 등 6대 첨단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의 글로벌 경쟁 상황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첨단산업 육성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 입지, 연구개발, 인력, 세제 지원 등을 빈틈없이 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잡았다.

그렇지만 이미 많이 늦었다. 미국·중국·일본 등의 미래산업 지원·유치전은 발표를 넘어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피 말리는 초격차 전쟁터다. 반도체 대불황 속에서 세계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 커졌다. 결국 성패는 민간투자에 달렸다. 정부는 2026년까지 550조 원의 투자를 유도한다지만 기존 산업단지도 빈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 점에서 삼성의 결단은 의미가 더 각별하다.

삼성은 핵심인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2042년까지 총 300조 원을 투자한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인공지능(AI) 시대엔 대용량 정보를 동시다발로 처리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가 급증해, 이를 위해선 초고속·초대용량 시스템 반도체가 필수다. 삼성은 공격적 투자로 첨단 반도체 공장 5곳을 지어 현재 세계 최대인 평택 단지의 2.5배 규모인 단지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 및 소재·부품·장비업체 150곳 입주도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 기흥·화성·평택·이천 등과 연계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수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구조적인 반도체 인력난에 생태계 활성화, 노동계와 지방자치단체의 발목잡기 등을 넘어야 한다. 세계적인 해외업체 유치도 필수다. 예정대로 2026년까지 산단 착공을 하려면 기업도 깜짝 놀랄 만큼 과감하고 신속한 규제 완화가 관건이다. 반도체지원법안 우여곡절만 봐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 말처럼 첨단 산업은 핵심 성장 산업이면서 안보 전략 자산이다. 윤 대통령의 ‘5년 단임’을 생각하면 단 하루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