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 파산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의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이 15일 “추가적 재정 지원은 절대 없다”고 밝히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CS 주가는 한때 30% 폭락했고, 주요 유럽 은행주들도 7∼12% 급락했다. 뒤늦게 스위스 국립은행이 “CS에 유동성 제공을 보장하겠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무디스가 은행들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은행들의 조달 금리가 치솟고 금융 시장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CS는 거액을 투자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미국 헤지펀드 아케고스 파산으로 재무구조 부실이 심각해진 만큼 단순히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시장 불신이 해소될지 의문이다. 더구나 초우량 자산인 미국 국채가 실리콘밸리은행(SVB) 위기를 촉발하고, 167년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던 스위스 은행 신화까지 무너지는 세상이다. 지난 20여 년 글로벌 돈 풀기 경쟁으로 인한 자산 거품이 언제 어디서 터져도 놀랍지 않을 정도로 금융의 안전지대는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 관행에다 예대마진 영업에 치중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증권·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 곳곳에 뇌관이 잠복해 있다. 초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다가 기준금리가 급등하는 만큼 어디가 지뢰밭인지 모른다. 시장 실패 후 정부가 최종 대부자 역할에 내몰리면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미리 위기 요인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전방위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