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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부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당 대표 자격으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이 주목되는 것은 과거의 거친 설전이 아니라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정당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은 당내 환경이 비슷하고 ‘공천 리스크’를 돌파해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공천권의 크기를 비유하자면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의중을 먼저 살펴야 하는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 제1야당 당수이면서 차기 대선 재도전이 유력해 보이는 이 대표는 ‘오너’에 가깝다. 여당 대표가 가진 공천권을 대통령이 좌우하는 한국적 대통령제의 관행이 여당 대표의 단독 공천권 행사를 사실상 반란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에게 공통되는 공천 리스크지만 돌파 방법은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김 대표는 ‘여의도 지분 확대’를 추구하는 대통령실에 ‘예스맨’이 되기보다는 할 말은 하면서 어느 정도 본인의 그립을 유지해야 하고, 사법 리스크에서 시작된 당 내홍을 잠재워야 하는 이 대표는 권한을 내려놓는 게 맞는다고 본다.

우선, 김 대표는 ‘대통령의 여의도 지분 확대’를 얼마나 균형 있게 조정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자기 사람’을 최대한 많이 선거에 내보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대통령실과 내각 차출 인사가 어느 정도 될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온다. 검사 출신 출마자의 숫자를 놓고 대통령실과 김 대표의 의견 차이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돌이켜보면 이준석 전 대표와 대통령(윤핵관 포함) 사이가 벌어진 것은 대선 당시의 갈등도 있지만, 이 전 대표가 ‘공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천 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김 대표 체제가 전당대회에서 유례없던 100% 당원투표를 밀어붙인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출범했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도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가 균형을 잃는 순간 ‘진박’ ‘옥새’ 파동을 일으키며 2016년 총선에서 패배했던 과거가 소환된다. 공천을 놓고 또다시 친윤(친윤석열), 비윤 싸움이 벌어진다면 선거 결과는 볼 필요도 없다.

이재명 대표에게는 ‘사법 리스크’가 항상 따라다니지만, 진짜 위기는 ‘공천 리스크’다. 친명(친이재명)과 비명 간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에서 이른바 강성파 지지자의 의중이 반영되는 ‘개딸 공천’이 이뤄진다면 결과는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에서는 일부의 의견이라고 했지만, 당혁신위원회가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당무 감사에 반영해 반명 인사를 솎아내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반대로 친명계 일부는 이 대표가 ‘피를 묻히지 않고’ 선거의 공(功)을 챙기는 구상도 하고 있다. ‘살생’으로 겪게 될 후과(後果)를 피하기 위해 차라리 비명계에 공천권을 주고 이 대표는 총선 때 얼굴마담 역할만 하자는 구상이다. 친명이든 비명이든 어차피 당선 위주의 인물 공천을 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른바 이 대표의 ‘질서 있는 사퇴론’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공천권만 놓고 본다면 ‘김기현은 잡아야, 이재명은 놔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