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기조 연설 중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호웅 기자

■ SM대전후 첫 공식석상 ‘관훈포럼’ 나온 방시혁 하이브 의장

“BTS 부재 따른 역성장 뚜렷
불확실한 미래 대비, 인수 시도

치열한 지분인수전 예상 못해
시장 과열돼 경영권 확보 포기”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는 ‘전쟁’이 아닙니다. 아티스트·팬을 배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최근 불거진 SM 인수전에서 경영권 확보를 포기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방 의장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 기조 연설을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는 SM 인수 포기 결정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SM 인수 과정을 ‘전쟁’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 승패로 판단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아티스트나 팬들을 위한 나은 환경을 만들려 했는데, 인수 과정에서 이를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 의장에 따르면 하이브가 SM 인수를 타진하기 시작한 건 2019년이다. 두 차례 SM에 의사를 전달했으나 거절당했고, 이번 인수전을 앞두고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방 의장은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지분 인수 의향을 물어, 평화적으로 인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이 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면서 “시장이 과열돼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시장을 흔들면서 인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후퇴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방 의장은 카카오와 협의 과정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하이브가 중시하는 플랫폼 사업에서 협업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최대 규모 팬덤 플랫폼 위버스 운영과 관련해 “빠른 시일 안에 실질적 협업이 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하이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지분을 넘겼던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 전 프로듀서는)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고,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가 다였다”면서 향후 하이브가 SM 지분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실무자들이 돌아오면 길게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BTS)과 관련해 “2025년 완전체 복귀를 희망하지만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방 의장은 K-팝 시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주류 시장에서 K-팝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건강한 경영방식이 필요하며 △플랫폼을 개발하고 플랫폼을 품는 음악, 아티스트, 콘텐츠의 경계를 넓혀서 전 세계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있되, 걸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직 없는 현실은 필연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산업적 힘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BTS의 부재에 따른 K-팝 시장의 둔화와 역성장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