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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아카데미 레이스’ 개시
남우주연상 ‘더 웨일’도 기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면, 또 다른 제2의 오스카 레이스가 시작된다. 아카데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보려는 관객들로 흥행에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영화가 아카데미 역주행의 수혜를 입을까.

최대 수혜자는 올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양쯔충(양자경)의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7관왕을 차지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연출 대니얼 콴, 대니얼 쉐이너트·위 사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개봉해 36여만 명을 모은 영화는 이달 1일 확장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재개봉했다. 앞서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이란 제목으로 재개봉한 것까지 포함하면 관객을 세 번째 다시 만나는 셈. 그만큼 입소문을 타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미국 이민자 에블린(양쯔충)이 다중우주 속 딸과 세상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자신과 자신의 가능성을 마주한다는 내용. 장르는 SF(과학소설) 판타지지만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하자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워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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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던 프레이저가 272㎏ 거구 찰리를 연기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더 웨일’(연출 대런 애러노프스키) 역시 오스카 역주행이 기대된다. 연출은 다소 평범하지만, 육중한 몸에 가려진 거대한 슬픔의 파도가 넘실대는 프레이저의 연기는 압권이다. 이달 1일 개봉해 이날 기준 3만3000명 넘게 모았다. 두 영화 모두 13일 아카데미 시상식 발표 후 예매율이 상승해 다시 10위권내로 진입했다.

15일 개봉하는 ‘이니셰린의 밴시’(연출 마틴 맥도나)와 22일 개봉하는 ‘파벨만스’(연출 스티븐 스필버그)의 ‘무관’ 대결도 주목할 만하다. 이 두 작품은 작품상·감독상을 포함해 주요 부문에 올랐지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광풍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두 남자의 갈등과 아일랜드 내전이란 역사적 상황을 엮고, 필연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고민으로 확장한 각본이 돋보인다. ‘파벨만스’는 거장 스필버그의 자전적 이야기로 본인이 직접 각본까지 쓴 몇 안 되는 영화다.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케이트 블란쳇의 ‘TAR 타르’(연출 토드 필드)도 지난달 22일 개봉해 극장 상영 중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눈을 돌려보면 넷플릭스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연출 에드바르트 베르거·아래 사진)가 돋보인다. 국제장편영화상, 촬영상 등 4부문을 수상했다. 이는 ‘로마’(2019)의 3부문 수상을 뛰어넘는 OTT 영화 최고 기록. 레마르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전쟁 당사자인 독일의 제작진이 전쟁의 참상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와 주제가상을 받은 인도 영화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