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윤심 힘입은 김기현 대표 체제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 시험대
질서 있는 다양성 아직 불분명

李 리스크에만 기대다간 낭패
정치와 민생 분리 대응 불가피
최선 다한 뒤 국민 평가 받아야

지난 8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김기현 후보가 53%의 지지율을 얻어 1차 투표만으로 당선됐다. 최고위원 당선자들도 친윤계 일색이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는 가히 친윤계의 완승이라 할 만하다. 당대표 선출에서 다른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이 47%나 되긴 했으나, 이것이 최고위원 선출에서도 재현돼 비윤계 최고위원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본 국민의힘 당원들의 정서는 대통령과 함께 가는 지도부를 만들어 당의 단합을 도모하고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당대표 경선 과정은 대통령실을 통해 흘러나온 윤심과 이를 적극 대변하겠다고 나선 당내 친윤 세력이 사실상 주도해 왔다. 이런 지원사격이 없었다면 김 후보의 경선 과정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김 새 당대표의 운신의 폭이 처음부터 제약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김 대표 체제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주종(主從) 관계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김 대표는 취임 후 첫 의원총회에서 정부에 대한 ‘당의 정책 주도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 김 대표에 대한 평가는 당내 문제와 여야 관계에서 보여줄 김 대표의 정치적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보인다.

김 대표는 당대표 경선 시기부터 꾸준히 연대·포용·탕평의 ‘연포탕’을 외치면서 당내 화합을 강조해 왔다. 집권 여당이 원내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국민을 상대로 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내 통합과 동지 의식의 재건이 시급하다. 그런데 실질적인 당내 통합을 위해 연대나 포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구체적으로 증명해 보일 수 있는 탕평 인사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4인마저 모두 친윤계가 장악한 상황에서 여론과 당내 비윤 세력은 당직 인선을 통해 탕평 여부를 평가하면서 김 대표의 연대와 포용 의지를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지난 13일 발표된 당직 인선에서 유승민계 강대식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말한 ‘질서 있는 다양성’ 가운데 다양성 부분은 여전히 보완돼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느낌이다. 탕평을 통한 포용, 포용을 통한 연대의 구축이 김 대표에게 주어진 지속적인 당내 과제일 것이다.

야당과의 관계는 당내 통합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 보인다. 김 대표는 먼저 당대표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지도자들을 이른 시일 내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지난 9일 이 대표 측근의 극단적 선택 이후 그 이튿날 기자와의 문답에서 김 대표는 이 대표 스스로 자신의 대표직 수행이 적합한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일견 상호 모순된 것으로 보이는 두 발언인데, 전자의 발언이 여당 대표로서의 원론적 발언이었다면 후자는 여당의 일반적 정서를 내비치는 발언이었다고 생각된다.

당내 통합과 마찬가지로 민주당과의 관계에서도 김 대표는 우선 국정을 책임진 여당 대표로서 대화 채널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제22대 총선까지는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민생 등 현안의 해결을 위해 거대 야당의 협력을 구하지 않고 그 시간을 정쟁으로 허비한다는 것은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태도가 아니다. 둘째, 민주당 친명계는 현행 이 대표 체제를 바꿀 의사가 지금 당장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추이를 지켜보되, 이와는 별개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야당과의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리스크에 마냥 기대는 전략은 그 리스크가 사라지는 순간 국민의힘에 오히려 리스크로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향후 여야 관계는 전반적으로 협력보다는 갈등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인다. 그런데도 민생 문제 해결은 집권 여당이 먼저 챙겨야 할 몫이고, 이러한 노력에 대한 평가는 다음 총선에서 국민이 내릴 것이다. 김 대표가 실무형 대표로 불리지만 당내 관리나 대야 전략에서 그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고도의 정치력을 필요로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