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 25일 강원 철원군에서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멸종위기 독수리의 모습. 환경부 제공

집단폐사 46건 가운데 11건 농약성분 검출


고의로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약으로 인해 지난겨울 164마리의 야생조류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총 46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1건(164마리 ) 폐사의 원인이 농약 중독으로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종별로는 집비둘기 42마리, 까치 38마리, 멧비둘기 16마리, 가창오리 13마리, 쑥새 10마리 등이고,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6마리), 흑두루미(5마리), 독수리(5마리), 새매(2마리)도 농약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실시하는데, 한 장소에서 5마리 이상 폐사하는 집단폐사가 나타나면 AI 바이러스가 음성일 경우 농약중독 검사를 실시한다. 농약으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는 해당 개체의 생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농약에 중독된 폐사체를 먹은 상위포식자의 2차 피해로 이어진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 1월 25일 강원 철원군에서 집단폐사한 멸종위기 독수리 5마리를 분석한 결과 AI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으며 폐사체의 식도와 위 내용물에서 농약 메토밀이 치사량 이상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말 전남 순천시 일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흑두루미 5마리의 폐사체에서는 농약 포스파미돈이 확인됐다. 올해초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쑥새 10마리, 멧비둘기 10마리, 새매 2마리) 분석에서도 같은 성분의 농약이 검출됐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이들 야생조류의 폐사가 ‘농약 고의 살포’로 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야생조류는 물고기, 조개 같은 수중생물이나 과일, 볍씨 등을 먹고 살아 물이나 토양에 남아있는 살충제, 제초제 등 농약을 미량 섭취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폐사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농약 중독으로 인한 집단폐사는 일부러 농약을 볍씨에 섞어 살포하는 경우에나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올해 2월 13일 강원 고성군에서 폐사한 독수리 7마리 사례를 비롯해 4건(31마리 폐사)의 집단폐사 사례도 농약 중독으로 보고 관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이번 검사 결과에 대해서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는 한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항에 대한 처벌내용과 불법행위 신고에 대한 포상금 지급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엄중한 감시를 요청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유독물·농약 등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죽이는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멸종위기에 처하지 않은 야생생물을 죽이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박정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