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설립돼 고위험 벤처기업 투자하는 특화은행 역할
스타트업계 파장 예의주시… 줄도산·급여 미지급·해고 우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연상케한다는 평가도 나와
미국 금융당국이 10일(현지시간) 전격 폐쇄를 결정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은 그동안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SVB는 별도 인가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특화은행의 전형으로 기능해왔다. 스타트업이 즐비한 실리콘밸리 전역에 불안이 확산하고 있는 배경이다.
SVB는 자산기준으로 미국내 16위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위다. 자산액 300조 원, 대출액 99조 원이다.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의미하는 BIS 비율은 15.4%다. 1982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 분야의 주요 은행으로, 40년간 VC(벤처캐피털)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SVB는 벤처기업·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다시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하거나 및 벤처기업 금융중개나 지분투자를 수행하는 식으로 영업해왔다. 기술력은 있지만 경영 역량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각종 컨설팅, 행사유치, 보고서작성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해왔다.
SVB가 이날 폐쇄되면서 예금 지금 업무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맡게 됐다. 오는 13일 FDIC 감독 아래 SVB와의 거래가 재개된다. 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새 은행을 설립해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을 이전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계는 SVB 폐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재무 구조가 열악한 스타트업은 자금줄이 막히게 될 경우 자칫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VB가 미국 벤처 캐피털 산업의 중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2009년 후 2300억 달러(303조 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참여했다. 예금자 보호 한도인 25만 달러(약 3억3000만 원) 이상의 예치금은 묶이고 전액 돌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걸려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상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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