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하반기 경기 낙관론을 강조하며 미국의 통화 긴축 완화와 중국 리오프닝을 ‘두 기둥’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3월 들어 그 밑동부터 흔들린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을 입에 올린 지 5주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미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최종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발언에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발작하고 있다.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움직임에 원·달러 환율은 1321원까지 올랐다. 중국 리오프닝 반사이익도 시들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로 내려잡았다. 중국 스스로 리오프닝 효과를 제한적으로 보는 것이다.

국내 경기도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경제가 부진하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마저 둔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중 수출이 감소하고,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실물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도 ‘BOK 이슈 노트’를 통해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으로 소비 회복이 상당 폭 제약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6.5%에 이르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게 문제라는 것이다.

윤 정부는 막연한 하반기 낙관론을 접고 경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금융 당국이 아무리 눌러도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상단이 6.46%까지 슬금슬금 오르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도시가스 체납액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대기업 절반 이상이 채용 계획도 못 세우고 있다. 언제까지나 미 연준이나 중국 공산당 눈치를 보는 천수답 경제에 머물 순 없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비상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 신성장동력 발굴, 경제 체질 개선에 정권 운명을 걸겠다는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그러더라도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긴 어려운 만큼 국민 앞에 죽을 힘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경제가 나쁘면 윤 정부 성공도 총선 승리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