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집회·분향소 난립에도… 행정대집행은 최근 3년간 2건뿐

이미지 크게보기한산한 분향소 서울광장에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가 불법 설치된 지 한 달여가 된 8일 오전 한 시민이 한산한 분향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호웅 기자

■ 서울광장 ‘핼러윈 참사 분향소’ 설치 한달… 서울시, ‘철거 카드’ 포기

행정대집행 대신 공동운영안 등
유족측에 제안했지만 거부 당해
여론·충돌 등 의식해 집행 꺼려

8일 오전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시민분향소에는 유가족 1명과 자원봉사자 3명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분향소를 1시간가량 지켜본 결과, 10분에 한 번꼴로 시민 1∼2명이 찾아와 헌화하고 돌아갔다. 유가족들은 철거 등에 대비해 매일 불침번을 서고 있고, 서울시는 분향소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한 달이 넘도록 불법 설치된 시민분향소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하지 못하는 등 서울시가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전날에도 유족 측에 ‘분향소 공동 운영안’을 제시했다가 바로 거부당하는 등 ‘말로만 행정대집행’을 외치며 유족 측에 지나치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불법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이 사실상 실효성을 잃어가는 사이, 일단 천막부터 치고 보는 불법 시위 문화가 만연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간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서울광장), 김모 씨(서울시청 북문) 등 2개 단체·개인에 대해 5차례 행정대집행을 하는 데 그쳤다.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의 경우 2021년 11월 18일에 완전히 철거하지 못해 3일 후에 재시행했고, 김 씨 역시 간이 텐트를 설치하며 버티는 탓에 2021년 11월부터 12월에 걸쳐 세 차례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철거 대신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서울시와 유가족이 함께 운영한 후, 기존 분향소는 철수하는 분향소 공동 운영안을 전날 제안했다가 유족 측에 거부당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여론이나 집행 대상과의 충돌 등을 우려해 행정대집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단체 측이 물리적으로 저항하고 소송전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해 계고장(행정대집행 시행 전 전달하는 문서)을 붙일 때조차 구청 직원들 사이에선 ‘목숨 걸고 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다 보니 용역을 사용한 후 단체에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체 측에선 이를 내지 않으려 법적 공방에 들어가기도 한다. 2019년 5월 우리공화당 불법 천막을 강제 철거하는 데 든 2억6000만 원을 두고 서울시와 우리공화당은 소송을 벌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천막부터 깔고 앉는 등 불법이 일상화된 시위 문화에 대해 지자체가 더욱 엄격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 대다수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불법 시설물들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이고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수한·조율·유민우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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