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건설현장 불법 퇴출하자” 8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실태 고발 증언대회’에서 원희룡(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불법행위 뿌리뽑자’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건설노조 불법 증언대회

“노조에 찍히면 일 진행안돼
불법 뻔히 알고도 신고못해”

전국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노동계의 불법·부당행위로 피해가 속출하는 것과 관련, 전문건설업계가 직접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다양한 유형의 불법행위를 증언하고 나섰다. 정부가 밝힌 법과 원칙에 따른 강력한 대응 기조에 호응하면서 불법행위 근절에 동참하자는 동력을 확산시키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대회의실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회원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실태 고발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호남·제주 지역의 A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지하층 공사 기간이 약 10개월임에도 2개월간 고의적 태업으로 1년을 채워 퇴직금을 받아가고 있다”며 “근로 기간이 종료돼 해고 통보를 해도 고의적 해고라고 주장하며 현장에서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30∼40개 노조의 채용 강요 △월례비와 OT(Over Time)비용 지급 중단에 따른 고의적 작업 지연 △근로 계약이 종료돼도 퇴직금을 받기 위한 고의적 태업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원도급사의 미온적 대응 등을 제시하며 노조의 행태를 성토했다. 서울·경기 지역의 B 건설사 대표는 “노조는 더 이상 건설현장에서 최하위 그룹이 아니며 건설사 위에 노조, 법 위에 노조가 군림하고 있다”면서 “발주자나 원도급자는 강성 노조의 횡포와 강요 문제를 하도급 전문건설업체가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노조의 탈을 쓴 불법 세력들에게 돈을 뜯기고 모욕당하고 현장 통제권까지 다 뺏겨도 모든 것을 다 떠안아야 했던 게 전문건설인들”이라며 “불법이 일상이 된 무법지대의 건설현장에서 전문건설인들과 건전한 근로자들이 당할 때 보호해주지 못했던 정부 부처를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 건설 관련 3개 협회는 지난 1월 20일부터 건설노조 불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신고된 건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는 현장의 일상이지만, 노조에 찍히면 일이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신고도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은 “건설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올바른 건설노조 및 건설근로자와의 상생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일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나 태업 등에 흔들리지 않고 정부와 함께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